횡령·배임 혐의 2235억 중 580억원만 유죄···法 “도주·증거인멸 우려 낮아”
‘SK 2인자’ 조대식 의장, 조경식 SK에너지 대표·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 무죄
法 “유상증자는 의사회의 경영적 판단···결정왜곡 증거 현저히 부족”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235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580억여원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함께 재판을 받은 ‘SK그룹 2인자’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조경식 SK에너지 대표, 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와 최아무개 SKC 전 경영지원본부장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도주할 염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 또한 거의 해소됐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쟁점이었던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 결정(총 900억원 규모)을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이익은 상호 연계돼 있고, 부도 위기에 처한 텔레시스에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킬지는 그룹 전체 신인도와 연관돼 있어 의사회에서 정당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온전한 경영적 판단”이라며 “이사회의 결정이 왜곡됐다고 인정하기엔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최 전 회장이 개인 골프장 사업을 위해 155억원을 SK텔레시스로부터 대여한 배임, 개인 유상증자 대금과 양도소득세 합계 280억원가량을 SK텔레시스 자금으로 납부한 횡령 등 혐의는 “경영상 재량 범위 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금액이) 5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므로 마땅히 사회적 지위와 위법 정도에 해당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범행으로 인한 피해를 전액 회복하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명목으로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총 2235억원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9월 구속만기로 풀려나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조 의장 등은 지난 2012년과 2015년 SK텔레시스가 자본삼식 등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였음에도 SKC 사외이사들에게 경영진단 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허위 또는 부실 보고서를 제공해 SKC가 900억원을 투자하게 한 방법으로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최 전 회장은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이 사건과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검찰의 서면조사까지 받았지만 입건되지 않았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이 유상증자 참여를 사전에 승인했다”면서도 “당시 수감 중이고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구체적 진행 상황을 보고 받거나 승인을 지시하는 등 배임을 공모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어 입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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