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과기정통부에 인접대역 40㎒폭 추가할당 요청
KT, 할당조건 부과 주장밖에 해법 없어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 토론회'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혁신실장,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장, 김남 충북대 교수, 오병철 연세대 교수, 김용희 숭실대 교수,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박승근 ETRI 본부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 토론회'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혁신실장, 박태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장, 김남 충북대 교수, 오병철 연세대 교수, 김용희 숭실대 교수,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박승근 ETRI 본부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내 이동통신3사가 5G 주파수를 추가로 따내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LG유플러스 20㎒폭 추가할당 요청에 SK텔레콤과 KT가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인 데 이어, SK텔레콤이 돌연 40㎒폭을 추가 할당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갈등은 커졌다. SK텔레콤이 할당요청에 나선 탓에 함께 반 LG유플러스 진영에 서 있던 KT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돌연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3.7㎓ 이상 대역 40㎒폭(20㎒ x 2개 대역)을 함께 경매에 내놓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정부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정부는 당초 이번주 중 3.5㎓ 대역 20㎒폭(3.40~3.42㎓) 추가할당 경매 공고를 내고 다음달 경매를 진행하려 했다. SK텔레콤이 할당을 요청한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이 현재 사용 중인 대역과 인접해 있다.

지난 4일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 본 경매 당시 전파 혼간섭 우려가 있어 할당이 보류됐던 20㎒폭에 대한 경매 방침을 확정하면서 이달 중 공고를 내고, 다음달 경매를 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사실상 LG유플러스를 위한 경매”라며 반발해왔다.

해당 주파수 대역은 LG유플러스가 이용 중인 주파수 대역에 인접해 있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면 소프트웨어 확장만으로도 기존 대역과 묶어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할당받더라도 주파수 집성기술(CA)을 활용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SK텔레콤·KT 진영이 주파수 추가할당 방침을 두고 ‘불공정’ ‘특혜’라고 주장한 이유다.

이들은 주파수 사용 기간·범위 등 할당조건이 부과돼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자료 = 정보통신정책연구
3.5㎓ 대역 20㎒폭(3.40~3.42㎓) 추가할당 시나리오 / 자료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KT와 ‘불공정’ 외치던 SKT, 사실상 전선 이탈···3사 '각자도생'

이 가운데 KT와 함께 반 LG유플러스 전선을 구축해 주파수 추가할당에 극렬히 반대하던 SK텔레콤이 돌연 자신들의 인접대역 주파수에 대한 추가할당을 요청하는 등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인접대역 주파수 20㎒폭 추가할당을 요청한 만큼, 20㎒씩 총 40㎒폭 주파수도 함께 할당해야 공정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 요청 취지다. 정부가 발표한 주파수 할당계획 일정에 맞추려면 이달 중 경매공고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추가할당 요청이란 강수를 두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LG유플러스 요청 대역과 SK텔레콤 요청 대역을 병합해 경매를 진행할 경우 주파수 할당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탓에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경매 개시 시점은 상당기간 밀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요청한 3.7㎓ 대역은 혼간섭 우려가 해소(클리어링)되지 않아 내년은 돼야 공급과 실제 사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 역제안이 ‘시간끌기’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3.7㎓ 대역 클리어링고 할당 시기를 당겨 LG유플러스와 다시 차이를 벌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정부가 40㎒폭을 당장 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클리어링이 안 돼서 받을 수 없는 걸 요청한 것으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라며 “한번 더 잡음을 일으켜 LG유플러스에 20㎒폭을 할당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함으로써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이번주 공고가 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그 시점을 설 이후나 더 뒤로 미루란 압박에 나선 것”이라며 “계속 미뤄 3월까지만 연기되면 대선 국면을 맞이하니까 충분히 시간끌기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파수 어느 쪽이든 실익 없는 KT, 대응 ‘고심’

SK텔레콤의 역제안으로 주파수 추가할당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지만, SK텔레콤과 함께 LG유플러스 주파수 추가 할당을 반대하던 KT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양쪽 주파수 어느 쪽이 경매가 나오든 KT에겐 당장의 활용가치가 없다. 현재 KT 5G 주파수 대역은 3.5~3.6㎓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주파수 사이에 끼어있다. 즉 KT가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따내더라도 CA 기술 투자 없이는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내년 연임을 목표로 하는 구현모 KT 대표 입장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할당받게 되면 당장 올해 상반기 5G 품질평가에서부터 LG유플러스에 순위가 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LG유플러스 대비 더 많은 주파수 폭을 확보하고도 근소한 차이로 속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5G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 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년 하반기 5G 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 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해 전국망 장애 사고 등을 일으키며 본업인 통신사업에 소홀하단 지적을 받아온 구 대표에게 이같은 순위 역전으로 인한 부정 여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경쟁 입찰로 과도한 가격에 주파수를 따낸다면 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단 한계도 있다. KT는 수도권 지역에 한해 20㎒폭의 사용 시기를 오는 2024년 6월까지로 제한하는 등 할당조건을 부과해달라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사이에 있는 주파수를 활용하고 있다 보니 어느 쪽이든 경매를 진행해도 우리 입장에 차이가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 것”이라며 “정말 할당해야 한다면 조건을 달아서 대응할 시간을 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다. SK텔레콤의 할당요청과 관련해 국민 편익을 위해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SK텔레콤의 5G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에 대해 “주파수 추가 할당 요청이 들어온 만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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