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금 용처·성격 등 파악···정영학 녹취록 관련 내용 등장
김 전 기자 “녹취록 진위 의문···피고인 방어권 심각하게 침해”

/ 사진=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 계좌로 5억원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의 부탁에 의한 단순한 자금 전달이었다고 해명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 의혹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박 전 특검이 2015년 4월3일 화천대유 계좌로 5억원을 송금한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김 전 기자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의 대화 녹취록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서 김 전 기자는 2020년 4월4일 정영학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2009년 서울고검장을 지낸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5일 박 전 특검을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자금의 용처, 성격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이라는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6월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딸이 대장동 아파트 회사 보유분 한 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전 기자가 분양업체 대표 이기성씨(박 전 특검의 인척)로부터 화천대유의 초기 운영 자금으로 차용한 돈이다”며 “두 사람 사이 자금 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김 전 기자 등이 부탁해 박 전 특검의 계좌를 통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의 정산 문제 등 금전 거래가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며 관여한 바도 없고, (검찰에서) 이미 소명된 사실이다”고 해명했다. 이기성씨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에서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분양대행업체의 대표다.

김 전 기자 측도 “녹취록의 진위도 의문이다. 재판 절차에서 검증도 받지 않은 증거를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고 유감을 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