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정몽규 회장 사퇴에도 여론 최악에 분양사업도 살얼음판
타 건설사 시공현장에 콘트리트 타설 요청 이어지기도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인한 파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 회장이 사고 현장의 아파트는 완전 철거 후 처음부터 다시 짓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공사 중인 아파트에 대해선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괴담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이 예정된 일부 사업장에서는 미분양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좌) 온라인상에 떠도는 2020~2021 시공 아파트는 피하라는 내용의 괴담 내용 (우) 한 입주자예정협의회가 시공사에 안전 시공관련 요청한 공문
(좌) 온라인상에 떠도는 2020~2021 시공 아파트는 피하라는 내용의 괴담 내용 (우) 한 입주자예정협의회가 시공사에 안전 시공관련 요청한 공문

 

◇자재, 콘트리트 적게 들어갔다?···일각선 사업장에 충분한 양생기간 요구 공문도

17일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2020~2021년 시공 중인 아파트에 대한 괴담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자신을 건설업계 관계자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해당 기간동안) 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철근과 콘크리트가 10개 들어갈 것이 5~6개만 넣는 방식 등으로 자재를 아껴 지었다’고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이 공사를 할 수 없어 감리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건설의 중요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이 크게 뛰었다. 시멘트 생산 원가 중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이밖에 건설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철근 및 봉강, 철강, 등 원자재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팬데믹 영향으로 철근, 철강 등 금속 관련 자재 상승률이 최고치를 찍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이 같은 괴담이 확산하면서 일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기온이 영하권일 경우 콘크리트 타설 금지 ▲동계기간 양생시 강도 품질 관리 ▲압축강도 점검에 협조할 것 등을 공문으로 요구한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절차가 잘 이행되는지 확인해 줄 것을 지자체에 민원을 통해 요청하기도 했다.

자재비 상승과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건 맞지만, 이로 인해 부실공사가 만연해있다고 보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말이라는 게 정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워낙 큰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아파트를 건설 중인 전국 각지의 정비사업장에서 품질 및 하자에 대해 의심하며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HDC현산이 시공사로 참여한 정비사업장은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시공에 참여한 올해 분양을 앞둔 사업장의 경우 분양에 차질이 생길 것까지 우려한다. 현산이 참여한 올해 분양예정 사업지는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1만2032가구) ▲송파구 잠실진주 아파트 재건축(2848가구)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4321가구)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827가구) ▲동대문구 제기1구역 재개발(351가구) ▲서대문구 가재울8구역 재개발(230가구) ▲마포구 아현2구역 재개발(1419가구) 등이다. 만일 분양에 차질이 생길 경우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조합들은 바짝 신경쓰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안양 관양현대 단지안에 입찰에 참여한 HDC현산은 나가라는 내용의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HDC현산은 이에 / 사진=연합뉴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안양 관양현대 단지안에 입찰에 참여한 HDC현산은 나가라는 내용의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HDC현산은 이에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반포1단지 3주구 ‘사업 늦었지만 현산 나가서 다행’···롯데건설 어부지리로 사업권 따내나

이번일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반포3주구는 2018년 HDC현산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가 2019년 말 시공권을 박탈한 뒤 시공권 여부를 두고 송사를 벌이다 사업이 지체되기까지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적용대상이 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2020년 5월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재선정하면서 사업은 다시 순탄히 진행하면서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70% 이상 진행한 상태다. 광주 사고 발생 직후 조합원 카페에는 십수개의 글이 올라왔다. 한 조합원은 “사업지연으로 경제적 피해를 봤지만 HDC현산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HDC현산의 이번 사고로 어부지리격으로 시공권 확보에 좀 더 다가서게 됐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시공사 입찰에 롯데건설과 HDC현산 간 대결구도가 형성됐는데, 내달 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조합원들이 SK에코플랜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영향이다.

HDC현산은 이 사업 수주에 오랜기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고로 인한 악화된 여론으로 수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조합원이 ‘보증금 돌려줄테니 나가라’고 내건 현수막에 HDC현산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 문구의 현수막을 붙이며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예상을 뒤엎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