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 게시글 정치권으로 번져
스타벅스 불매운동 조짐, 기프티콘 사재기 공존···외신 보도까지 나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 게시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은 정치권을 넘어 스타벅스 가격 인상과 맞물려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세계 주가까지 크게 하락하자 정 부회장을 둘러싼 오너리스크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에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포스터가 공유되며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관련 게시글은 정치권으로 번지며 논란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현근택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습니다”라고 올렸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도 스타벅스 불매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스타벅스 불매vs기프티콘 사재기

‘보이콧 정용진’ 대상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로 국내 진출 이후 꾸준히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는 지난해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인수했다. 이마트는 기존 지분 50%를 포함해 총 67.5%를 확보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마트 연결기준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이마트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SCK컴퍼니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그간 정 부회장은 자신을 ‘스타벅스코리아 1호팬’으로 지칭했던 만큼 이번 사태는 곧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오는 13일부터 일부 음료 가격을 최대 400원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스타벅스를 향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부터 스타벅스 불매한다”,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지웠다”, “이제부터 투썸플레이스에 가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비난에도 스타벅스 기프티콘 사재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카페 교환권 인기순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사실상 독점했다. 5위에 안착한 투썸플레이스 교환권을 제외하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기 목록에 스타벅스가 다수 차지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기 목록에 스타벅스가 다수 차지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전체 매출에서 커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커피류 가격이 인상되면 단순 계산시 매출은 2021년 기준 1400억원이 늘게돼 영업이익이 1100억원정도 추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파만파 번지는 신세계 오너리스크

문제는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오너리스크다. 2021년 서열 9위인 재벌 오너가 발언한 ‘멸공’은 정치권으로 번졌고 주요 외신까지 보도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중국 공산당을 향한 멸공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한국의 억만장자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멸공 게시물이 삭제되자 분노했다”며 “한국의 대기업 재벌은 통상 자신의 견하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데, 정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반공의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보도했다.

그간 중국은 정치적인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경제조치를 통한 보복을 단행해왔다. 과거 2016년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면세점,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은 중국 사업 노출도가 높아 이번 정 부회장의 리스크가 국내외 실적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에서 비디비치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고, 이후 2020년 인수한 스위스퍼펙션을 통해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도와 다르게 멸공 해시태그가 신세계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외신에도 보도될 만큼 파급력이 거세지고 있다”며 “정 부회장의 SNS가 기업 홍보 역할과 동시에 리스크를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애플, 구글 예시를 들며 “미국 기업들도 중국에서는 엎드려 공략하고 있다”며 “신세계그룹도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계열사가 있는 만큼 당분간 정 부회장이 자숙모드로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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