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에 ‘멸공’, ‘노빠꾸’ 등 게시글 올려
최근 일부 게시글 삭제되기도···환구시보, ‘중국 진출 실패 때문’ 지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연일 ‘멸공’(滅共·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라는 단어를 해시태그를 달아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특정 게시글에 ‘#멸공’을 적었다 해당 게시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15일부터 ‘공산당이 싫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알고 지낸 피자집을 응원하겠다는 취지로 해당 가게가 당시 기념품으로 내놓은 붉은색 지갑과 피자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당시 댓글에 공산당이 연상된다고 언급되면서 멸공 관련 게시글이 늘었다. 이후 게시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정 부회장은 공산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되는 ‘콩이 싫다’는 취지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 부회장은 ‘멸공’, ‘노빠꾸’(노 백의 은어) 등의 단어로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관련 게시글이 삭제돼 주목받았다. 정 부회장이 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올린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 이라고 게시물을 올린 것을 인스타그램이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삭제했다. 그러다 정 부회장이 삭제 관련 게시글을 올리자, 인스타그램 측은 삭제했던 게시글을 복구시켰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꾸준히 인스타그램이 주목받고 있음에도 멸공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게시물을 계속 올리는 이유는 그의 발언의 의도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의미 없이 올린 게시물이 삭제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아 불편함을 느꼈다는 의미다.

지난 7일 유튜브에는 정 부회장의 ‘정용진 부회장의 새해덕담’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지인들이 새해 덕담을 해달라고 하자 “노빠꾸지”라고 했다. 지인들이 ‘멸공’이라는 단어를 쓰며 웃자 정 부회장은 “멸공에 대해 노빠꾸라는 것이 아니다”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의 가치를 지켜가야하는 부분에 대해 노빠꾸라는 것. 내 인생의 목표, 가치에 대해서는 노빠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정용진 부회장의 새해덕담' 중 일부. /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정용진 부회장의 새해덕담' 중 일부. / 사진=유튜브 캡처

이어 “가끔 현실에 부딪힐 때 잘 못 생각할때는 빠꾸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 이념에 대해서는 노빠꾸 정신이 필요하다”며 “가장 아끼는 것들,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는 노빠꾸”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공산당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신세계그룹을 향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 계열사 중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면세점 등은 중국에 진출하거나 중국인들의 구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만에서는 한국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정 부회장의 연이은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대만의 ET투데이신문은 “그가 주주나 계열 기업이 중국인 불매운동 같은 압력을 두려워 않고 반공과 민주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 부회장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라는 점 등을 소개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언론 매체는 중국 정부, 공산당의 직간접 통제가 있어 정 부회장의 반공 발언을 언급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중국 SNS에서도 정 부회장을 향한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뉴스 전문 자매지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시장 손실 때문? 한국 기업 임원의 반공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 하에 국내 보도를 인용하며 “정 부회장의 공산당 관련 발언은 중국 사업 실패에 따른 불만 표출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며 “공산당 호불호는 개인 자유”라면서 “그러나 그 언행이 주주와 직원,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문제다.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의 보이콧으로 실질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환구시보 보도 기사에는 168개 댓글이 달린 상태다. 댓글에서는 “이마트 안가길 잘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했는지 아냐”, “중국 시장 진출 실패하고 왜 중국에서 실패 이유를 찾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멸공 논란에 대해 “멸공은 중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 관심도 없다”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다.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