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영 개입 속 노사 우호적 관계 형성···당분간 이어질듯
정부 입김 없는 상황에선 성과급 문제로 갈등 가능성도
우리사주조합 최대주주로 올라서···노사 갈등시 사측 부담

우리은행 서울 명동 본사 전경 / 사진=우리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동시에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우리은행 노사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관리한다.

우리은행 노사는 정부의 경영 개입이란 맥락 속에서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영화 이후에 우호적인 노사 관계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향후 직원들의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가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우리금융 잔여지분 10%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최대 주주 지위에서 내려오면서 우리금융은 사실상 완전민영화를 달성했다. 정부가 처분한 지분 가운데 1%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면서 우리사주조합(지분율 9.8%)은 최대 주주에 올랐다. 

우리사주조합은 최대 주주가 됐지만 경영에 직접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경영진과 구축한 협력적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우리금융 노사는 극단적인 대치마저 보이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 받아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조는 손 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일각에서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활용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라며 “우리은행과 그룹 전체 발전을 위해 사측과 맺어온 협력적 관계가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완전민영화로 정부의 입김이 줄어드는 만큼 우리은행의 현재 노사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노사 관계가 우호적으로 구축된 이유는 정부의 존재라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로 상업·한일은행 등 부실에 빠진 금융사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설립됐다. 최대주주인 정부는 사실상 은행과 그룹 경영을 좌지우지 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자료=금융위원회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정부가 빠진 상태에서 노조는 경영진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선 성과급 문제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단 예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성과급 문제로 아직 임금단체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이 반영되면서 성과급을 300%로 크게 올리는데 노사가 합의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성과급 200% 상한 규정 때문에 합의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 ‘200% 캡’ 규정은 우리은행 노조가 정부의 성과급 제한 정책에 맞서 만든 규정으로 전해진다. 이전까지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를 이유로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일단 사측과 합의해 200% 상한선을 마련했다. 

이번 임담협에선 우리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에 성과급 외 추가 보상안 등이 마련돼 실질적인 성과급 수준이 타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의 경영 개입이 어려워졌기에 향후 200% 제한 규정도 바뀔 확률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실적이 감소할 때다. 경영진은 실적 감소를 근거로 성과급 등 직원 보상 수준을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를 할 확률이 크다. 노조는 경영진의 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성과급 대폭 축소 안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노동조합장 선거에서 강성 세력이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은행 일부에선 28년 만에 완전민영화를 달성했는데도 보로금 하나 지급되지 않는다는 식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노사가 갈등에 빠진다면 경영진 입장에선 우리사주조합의 높은 지분율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입장과 달리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을 바탕으로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면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완전민영화가 됐다고 바로 노조와 사측의 태도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라며 “다만 향후 보상 체계로 노사가 이견을 보이게 된다면 강경 노선의 노조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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