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마곡·성남 등 곳곳 마이스 조성 나서
“공급 과잉 될 수도···‘제 살 뜯기식 경쟁’ 불가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국에 마이스(MICE) 산업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이스는 전시·컨벤션·관광·전시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단지 개발·운영과 관련한 산업으로 4차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고용창출 잠재력’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판단하에 앞다퉈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간 경쟁을 하듯 우후죽순 진행되고 있어 과잉 공급 우려도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역대 민간 복합시설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사업’은 최근 본격화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한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다. 2016년 마스터 플랜이 나온지 5년 반 만에 사업자를 찾았다. 해당 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2조16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코엑스 3배 크기의 컨벤션과 3만3000석 규모 야구장, 900실 내외 특급 호텔, 수상레저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3년 하반기 착공, 2029년 완공이 목표다.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 조감도 /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 조감도 /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잠실 외에도 수도권 곳곳에서 조단위 마이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이다. 2019년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월드컵경기장 면적의 9배 부지에 컨벤션센터와 호텔·업무·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마이스 복합단지 ‘르웨스트’(Le west)를 2024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사업비는 2조5000억원대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마곡동 인근 김포공항 부지에도 마이스 시설이 포함된 복합시설 개발을 검토 중이다.

‘서울역 북부연세권 개발 사업’도 대표적인 마이스 사업으로 꼽힌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서울시가 중구 봉래동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제회의가 가능한 수준의 컨벤션과 호텔·판매·업무시설 등이 들어서 ‘강북판 코엑스’ 사업으로 주목 받았다. 총 사업비만 2조원에 이른다. 내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에선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20만6350㎡부지에 전시·회의·관광 등 마이스 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2조2000억원 규모 ‘성남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 역시 ‘2021년 MICE 산업 육성 계획안’을 확정해 현재 추진 중인 벡스코 제3전시장과 서부산권 제 2전시장 컨벤션센터의 건립을 완료하고 북항 원도심권에 대규모 MICE 복합지구를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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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각 지자체가 마이스 산업에 잇따라 뛰어드는 건 지역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마이스는 Meeting(회의), Incentive Travel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회)의 약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이다. 특히 운송·숙박·관광·쇼핑 등의 연관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고용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도 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가속화됐다. 대표적인 마이스 시설로는 서울 ‘코엑스’, 일산 ‘킨텍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전국에 부는 마이스 열풍이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전국에는 13개의 컨벤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엔 코엑스 등 3개가 있고 광역 자치단체 대부분이 1개 이상씩 보유했다. 평균 가동률은 50%에 불과하다. 여기에 앞으로 건립이 예정된 마이스 단지는 전국 20곳에 이른다. 마이스 단지가 모두 계획대로 건립된다면 ‘제 살 뜯기식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마이스 단지를 조성한다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인 마이스 발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로 짓는 마이스 시설이 경제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인근 지역과 비교해 중복투자가 아닌지 검토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우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가치 창출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 시설의 사후 활용 여부 등 조건을 보다 면밀하고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마이스 산업 성장을 위해선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정책 수립, 신속한 위기 대응, 협조∙지원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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