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오르고 수익성 떨어지면서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 시공사 찾기 난항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세 곳 맨션) 사업추진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장에서 소규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일정이 번번이 뒤로 밀리고 있다. 입지가 뛰어나 단숨에 거래가격이 수억원 껑충 뛰던 알짜 사업장까지 건설사들이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이 거듭돼서다. 주택경기가 변곡점에 접어들어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데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덜한 소규모 사업장의 입찰을 꺼리는 영향이다.

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해당 조합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한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었다. 주택시장이 뜨거웠던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명절 때마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D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이 플래카드를 걸며 조합원 환심사기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러브콜이 입찰 실행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남성맨션의 입찰과정이 일정대로 순탄히 진행되지 않을 것을 조심스럽게 예상해왔다. 인근에 위치한데다 사업절차가 비슷한 문래동 노후 소규모 단지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함께 묶여 언급되는 진주맨션도 한달여 전인 지난해 11월과 12월 말 시공사 선정 1,2차 입찰에서 응찰자가 없어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남성맨션과 진주맨션 모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신안산선 등이 지나는 서울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까지 도보로 갈 수 있고 인근 문래동 1~3가 일대가 도심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일대 주거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지난해에는 불과 반년 사이에 2억원 가까이 껑충 뛴 것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비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소규모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저하를 꼽는다. 실제 주택시장 분위기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 이후로 꺾이고 있는데 철근, 요소수 등 건축을 위한 원자재 값은 많이 올랐다. 일례로 철근의 경우 지난해 초 1톤 당 70만원에서 5월 97만원으로 급등했고,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단기 계약이 많아 가격 변동성이 취약한데 올해 성수기에는 철근값이 한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어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또 올해 들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이슈도 커진 만큼 수익이 적게나는 현장까지 굳이 무리하게 수주를 해야 할 유인도 떨어졌다고 건설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같은 이유로 중소 재건축 사업장은 시공사를 찾기 위한 과정이 예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재비가 많이 올라 건설사의 공사비 대비 수익률이 악화됐지만 그나마 대형 사업장은 수익이 좀 더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소규모 사업장은 주택경기가 상대적으로 가라앉고 자재값이 오르면서 시공사 찾기에 애먹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합에 따르면 남성맨션은 내달 이후 2차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장은 2017년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4년 뒤인 지난해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1983년 준공된 남성맨션은 현재 390가구 규모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총 4개 동, 505가구(임대 포함)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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