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등 바빠서 ARS 응답 못하는 유권자 표심 읽는 데엔 한계
전국 유권자 70% 이상 참여하는 선거 결과와 차이 있지만 전반적 흐름 읽을 수 있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9일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걷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9일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걷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 각종 여론조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매번 선거시즌이 되면 벌어지는 풍경인데요. 그 결과도 관심이지만,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결과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여부도 대화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정치 관련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론조사는 대부분 전화에 의존합니다. 집전화와 같은 유선전화와 휴대폰 전화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어찌됐든 전화방식이 일반적이란 것은 맞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일일이 대면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몇몇 한계를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전화응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응답률’이 낮습니다. 여론조사에선 이 응답률이 중요한데 한자릿수거나 20%를 못 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한마디로 어떤 여론조사가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해서 실제로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표본수가 줄면 아무래도 수천 만 명의 유권자의 민심을 그래도 반영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단순히 표본수가 줄어든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특정 대상군이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적극적으로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을 꼭 지지하고픈 이들, 혹은 반대로 반대를 표현하고픈 이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나는 ㅇㅇㅇ를 무조건 지지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적극적으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팬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았지만 ARS소리가 들리면 바로 끊는 집단의 표심은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일하고 바쁜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일하고 있는데 ARS받고 일일이 답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한 40대 IT기업 직장인은 “여론조사 전화 계속 왔는데 바쁘고 정신 없어서 한번도 답한 적이 없고 내 주변도 마찬가지다”라며 “난 분명 투표할 것이고 어떤 정치세력은 절대 안 뽑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이런 건 여론조사에 반영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전했습니다.

몇몇 이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깎아 내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여론조사가 터무니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어차피 유권자 중 70% 이상이 참여하는 선거와 여론조사 결과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업무나 자기 할 일에 바빠 답하지 못한 이들의 표심은 반영되지 못했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대략 정치판이 어떤 구도인지만 참고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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