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대전공장, 2011년 허가 없이 20t/h 규모 보일러 설치
산업부 “무허가 신설로 원상회복 해야” vs 한솔제지 “허가 예외인 증설”

한솔제지 대전공장 내부 사진. / 사진= 한솔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한솔제지 대전공장 내부. / 사진= 한솔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제지업계 국내 1위 한솔제지가 국가가 지정한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일러 시설을 설치해 사용했다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솔제지는 집단에너지사업법(집단에너지법) 허가사항인 ‘신설’이 아니라, 허가 예외 사항인 ‘증설’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 보일러 운영을 중단할 경우 연간 30억원의 비용 지출이 예상되고, 증설된 지 10년이 넘은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산업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솔제지가 산업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원상회복명령취소’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이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이 소송은 지난해 10월24일 산업부가 집단에너지법상 고시지역 내 무허가 보일러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한솔제지에 내린 원상회복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다.

1991년 제정된 집단에너지법은 개별난방방식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하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절약과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한솔제지 대전공장이 위치한 대전시 대덕산업단지는 1999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한솔제지는 지난 2011년 시간당 20t 규모의 스팀을 생산해내는 보일러를 별도의 허가 없이 대전공장 내 설치했다. 가로 6m, 세로 5m, 높이 8m 규모다. 한솔제지는 이 보일러를 포함해 총 393㎡ 규모의 보일러를 가동 중이다. 한솔제지는 이 보일러를 통해 생산한 스팀을 펄프 원료 해리(물과 섬유를 분리하는 건조작업) 과정에서 사용한다.

산업부는 대덕산업단지내 집단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체로부터 진정을 받고 조사 끝에 대상 보일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9월 원상회복 명령 사전통지를, 같은 해 10월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한솔제지는 산업부 명령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전공장은 집단에너지법상 고시지역에 포함되기 전인 1994년에 설립됐는데, 기존에 보유한 열생산시설을 증설한 것에 불과해 별도의 산업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한솔제지는 2011년 지식경제부로부터 ‘귀 사업장의 시설이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지정 전에 설치된 것이라면 개설 및 증설의 경우 허가 대상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한다.

아울러 한솔제지는 산업부의 제재가 비례원칙에 위반되는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한다. 보일러 운영을 중단할 경우 연간 30억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증설 10년이 된 시설물을 뒤늦게 철거하라는 것은 위법하다는 설명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비례원칙에 따라 공익 침해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및 형량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보일러) 원상회복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한 것으로서 원고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있으며, 지식경제부 담당공무원의 회신을 신뢰하고 따른 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변론 과정에서 “원고(한솔제지)가 기존 열생산 시설과 동일성이 전제되는 보일러의 용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신규 보일러를 설치한 것이므로 신설로 보아야한다”고 재반박했다. 또 “30억원 손실은 집단에너지법상 공익 및 공급사업자의 독점권을 침해해 얻은 불법적 이익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 회신 내용이 이 사건 사례에 적용되는지 불명확하다”는 입장을 냈다.

한솔제지 측은 “집단에너지법이 제정된 이유는 집단에너지사업을 통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생산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며 “현재 집단에너지 공급업체의 시설물은 노후화돼 있고 친환경적이지 않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세번째 변론기일은 내년 1월25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솔제지가 소송과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지난 10월 인용돼 현재 시설물이 운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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