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합치면 최대 5000억원 마련
계열사 지분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듯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이 무산됨으로써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건물. /사진=길해성 기자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건물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상장을 통해 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량의 실탄을 확보한 만큼 계열사 지분 매입 등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12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총 1600만주를 공모한다. 1주당 희망 공모액 범위는 5만7900~7만5700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와의 협의를 통해 상장 후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적절한 유통 물량 확보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고려해 공모 구조를 결정했다”며 “조달한 자금은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에 투자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보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요주주는 현대건설(38.62%), 정의선 회장(11.7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자동차(9.35%), 현대모비스(9.35%), 정몽구 명예회장(4.68%)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는 현대차(20.95%)다.

자료=현대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현대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제철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기아·현대차가 순환출자구조를 갖춰 나머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소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제철 지분도 없다. 안정적인 그룹 승계를 위해선 이들 지분을 확대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보유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의 주식을 추가 확보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점쳐진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공모에서 약 534만주를 처분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액에 따라 3092억~4044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정몽구 명예회장 역시 보유 지분 중 142만주를 매각해 최대 1076억원을 확보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뒤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4.5%, 정몽구 명예회장 2.7%로 낮아진다. 현대글로비스와 기아, 현대모비스도 엔지니어링 주식 161만∼201만주를 각각 처분하기로 해 지분율이 내려갈 전망이다.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다음달 25일과 26일 이틀 간 진행될 예정이다. 공모가를 최종 확정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3∙4일 일반 청약을 접수하고, 2월 내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