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학계 긴급토론회서 “규제주체 많아 혼란” 비판
5개 시민단체, 인기협 앞서 기자회견 열고 온플법 제정 촉구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안정민 한림대 정보법학과 교수,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변호사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안정민 한림대 정보법학과 교수,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변호사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을 두고 시민단체와 플랫폼업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IT업계와 학계는 디지털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했고 반면 시민단체들은 온플법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플랫폼 기업 갑질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주장한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공정거래위원회 발의)’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전혜숙 의원 발의)’ 등 총 2가지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두 법안은 부처 중복규제 우려로 1년 가까이 공회전하다 청와대까지 나선 끝에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또 다시 멈췄다. 플랫폼 업계 문제제기가 논의 중단 배경이다. 온플법 연내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가 5개월여 남은 점을 고려하면 임기 내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 IT업계·학계, 온플법 두고 “플랫폼 거버넌스 후진화”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한국소비자법학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 인기협 엔스페이스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가 졸속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현재 규제 논의 상황을 두고 플랫폼 규제 거버넌스를 후진화 시킨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용약관 신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실태조사는 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협의로, 위반행위 조치는 과기정통부·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하는 등 규제주체가 늘어나는 등 기업 입장에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주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범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치 본인들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이루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누구를 컨택포인트로 해야 할지 불명확하다”며 “보호대상으로 중소사업자를 전제했기 때문에 오히려 중기부가 본인들 관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즉 복잡성에 대한 고려 전혀 없이 진행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규제 대상의 범위 측면에서 공정위 법안과 방통위 법안이 상당히 중복된단 점도 문제다. 거래금액, 이용자수,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대통령령 기준에 따라 대상사업자를 정하는데, 기본적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며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포괄위임하게 된다면 대상사업자가 계속 변경될 수 있다. 법률보다 대통령령은 개정이 쉽기 때문에 수범자 입장에서 법 적용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온플법 조항상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있음에도 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정책은 전무하다는 점과 미국·유럽연합(EU)를 잘못 벤치마킹한 입법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관련 정책은 진흥 발전을 위한 고유 기능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침묵하고 강력한 규제만을 담고 있는 이 법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항상 미국과 EU를 근거로 드는데, 우리와는 환경이 다르다. 미국은 구글이 검색엔진과 온라인 광고에서 꾸준히 8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한 반면에 우리는 점유율이 계속 뒤바뀌고 있다. 입점사업자는 복수의 경쟁 플랫폼과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U 역시 자국 플랫폼이 없어서 미국 GAFA 기업을 겨냥하고 있단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미국과 EU의 법안도 4~5개 기업으로 최소화했는데, 우리는 대상 기업을 좁혔음에도 19개 기업이 들어간다. 분명 다른 상황인데 같은 상황으로 간주한 잘못된 벤치마킹”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졸속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법무이사 출신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는 “규제에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도 필요하다. 실태조사나 규제했을 때 어떤 영향 있을지에 대한 영향 평가를 거친 뒤 입법을 해야 하는데, 두 개 법안의 갈등이 봉합돼 3개 부처가 나눠 실행하는 걸로 정리된 모양새”라며 “사업자마다 의견을 세군데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적으로도 몇 년의 시간을 거친 것이 아닐뿐더러, 대상 자체도 특별한 논거 없이 갑자기 바뀌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졸속입법의 우려가 있다”며 “인터넷 업계에서 13년을 근무했는데, 정답을 모를 만큼 변화가 많은 산업이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지식도 없으면서 쉽게 규제를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6일 참여연대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시민단체가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6일 참여연대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시민단체가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시민단체 “인기협, 온플법 방해하지 마라”···국회 제정 촉구

같은 날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가맹점주협의회 등 5개 시민단체는 이날 인기협 앞에서 온플법을 막는 플랫폼 기업에게 항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총괄간사는 “업계는 온플법이 제정되면 플랫폼 시장 발전과 혁신이 저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성장은 플랫폼의 기술만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혁신으로 포장된 불공정약관, 불공정행위로 입점업체를 착취해 불공정 생태계를 조성한 플랫폼 기업들은 적반하장식 입법 방해를 중단해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온플법을 제정해 플랫폼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온플법이 시장 혁신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질서 확립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거의 모든 대선후보가 공정사회를 주요공약으로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공정질서가 확립돼야 하는 플랫폼 분야의 공정질서를 확립하는 온플법은 국회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플랫폼 혁신을 저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이 플랫폼 본연의 역할을 잘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