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청와대로간다’ 공개 후에도 앱 신규설치수 전월比 감소
티빙 오리지널 ‘지리산’, 과도한 PPL·어색한 CG로 뭇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마이네임·지옥 등 잇단 흥행···앱 신규설치수도 토종 대비 5~7배↑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공개 후 앱 신규 설치기기대수 추이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공개 후 앱 신규 설치기기대수 추이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에 나섰지만, 신규 이용자 확보 측면에서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토종 OTT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제작사에 대한 수익배분 비율을 높여야 ‘콘텐츠 제작=플랫폼 흥행’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4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청와대로 간다)’ 전편 공개 이후 일주일간(11월 12일~18일) 웨이브 앱의 신규 설치기기 대수는 4만8647대(안드로이드OS+iOS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만5022대를 기록했던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되레 감소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지난 12일 전편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 사진 = 콘텐츠웨이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지난 12일 전편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 사진 = 콘텐츠웨이브

‘청와대로 간다’는 웨이브가 지난 12일 선보인 12부작 정치 시트콤이다. 그간 웨이브가 지상파 방송 편성을 연계해 공개했던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와 달리 이 콘텐츠는 웨이브가 100% 사전 제작한 것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 행보의 일환이다.

앞서 웨이브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콘텐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CJ ENM 출신이자 드라마 ‘미생’, ‘시그널’, ‘도깨비’ 등을 흥행시킨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책임프로듀서(CP)를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영입했다. 아울러 올 상반기 설립한 자체 스튜디오 ‘스튜디오웨이브’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트레이서’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공개된 ‘청와대로 간다’는 '유 레이즈 미 업(8월말 전편 공개)'‘과 함께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지만, 신규 이용자 확보 효과가 생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토종 OTT 티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티빙이 제공 중인 오리지널 콘텐츠 ’지리산‘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받는 등 제작비에만 320억원대(총 16부작) 금액이 투입됐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을 탄생시킨 김은희 작가와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제작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 등을 제작한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에 대적할 작품으로 기대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과 과도한 간접광고(PPL) 등을 이유로 혹평받고 있다. 해당 콘텐츠는 티빙이 자체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니지만 OTT 중에선 독점 제공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리산 첫 방송 이후 일주일간(10월 23일~29일) 티빙 앱 신규 설치기기 대수는 6만2000여대(안드로이드OS 기준)에 불과했다. 웨이브와 비교하면 높지만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일주일간(9월 17일~23일) 28만8000여대의 신규 설치기기를 확보했단 점을 고려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이처럼 토종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족족 흥행을 거두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지난 19일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지옥'은 23일(현지시각) 기준 가장 많은 시청시간을 기록해 넷플릭스 공식 집계 순위에서 비영어권 TV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앞서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도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작품 공개 8일 만에 1위에 올랐던 오징어게임보다 7일 빠른 속도다.

콘텐츠업계 전문가들은 지역 등 플랫폼이 서비스되는 범위의 차이가 토종 OTT와 넷플릭스의 이같은 격차를 낳았을 거라고 말한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시장 수요가 늘어난 상황인 만큼 국내 OTT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콘텐츠업계 전문가는 “플랫폼이 서비스되는 지역 등 이용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차이가 있다 보니 국내 OTT와 넷플릭스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제작비 규모도 중요하지만, 국내 OTT가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등)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BTS나 기생충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시장의 거부감이 줄었다”며 “한국 제작자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열리고 있다. 국내 OTT의 콘텐츠가 해외로 나가면 더 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OTT 플랫폼과 제작사 간 수익배분 비율이 넷플릭스 대비 낮은 점이 콘텐츠 흥행과 OTT 이용자 확보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경우 제작사들은 사실 돈이 들지 않고, 작품이 망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국내 제작사들은 예산 대비 효율성 있게 콘텐츠를 잘 만들어 내는 역량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 플랫폼사들을 통해 받는 돈이 많지 않으니 PPL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제작사에 대한 몫을 늘리고 더 많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결국 콘텐츠 흥행과 이용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웨이브는 앞서 동남아 7개국에서 '웨이브고'를 출시하는 등 이후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잠정 보류한 상태다. 티빙은 내년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로 진출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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