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 모인 K-mRNA 컨소시엄서 백신 임상 맡은 에스티팜···“연내 식약처에 1상 IND 신청 예정”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의 큐라티스·아이진 “1상 투여 진행 중···대상자 모집 어려워”
업계 “여러 어려움으로 임상 진행 더디지만, 기술 경쟁력으로 mRNA 개발 성공 이끌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산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원팀을 이룬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성과는 미약하다. mRNA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대상자 모집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에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의 노력에도 mRNA 백신의 국산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대형 제약사들로 구성된 K-mRNA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출범했다. mRNA 백신 개발은 물론 원료부터 완제 생산까지 전주기적 자력 개발에 주력한다는 포부로 시작을 알렸다.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진행 등 실질적인 개발 과정은 에스티팜이, 핵심 원료 생산은 한미약품, 백신 생산은 GC녹십자가 맡는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K-mRNA 컨소시엄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 이미지=보건복지부

K-mRNA 컨소시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에스티팜은 백신 후보물질 ‘STP2104’를 개발 중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조건부 허가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현재 STP2104에 대한 면역원성 시험을 완료한 에스티팜은 내달 중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에 대한 시험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달 말엔 동물실험 결과도 발표된다. 델타 변이 타겟 후보물질인 STP2130에 대해서도 현재 면역원성을 시험 중이다. 내년 3월까지 국내 1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2상까지는 에스티팜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이후 컨소시엄에서 백신 생산의 마지막 공정과 상용화 등을 지원한다.

에스티팜이 mRNA를 몸속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물질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콜드체인을 통한 초저온 냉동 유통 방식도 필요없다. 냉장이나 상온보관이 가능해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저개발 국가에도 공급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티팜이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와 공동개발 중인 3세대 LNP는 현재 3종의 후보물질 발굴을 끝낸 후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에스티팜은 3세대 LNP가 화이자·모더나가 사용 중인 LNP보다 효능이 1.8배 더 높고, 면역 활성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바이오 업계는 에스티팜의 LNP 기술이 여타 백신보다 예방 효과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다만 에스티팜 관계자는 3세대 LNP를 현재 개발 중인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mRNA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인 LNP 기술을 확보했다”며 “현재로선 자체 백신을 만드는 게 우선 과제이지만, 최종적으로는 mRNA 백신의 위탁개발생산(CDMO)으로의 사업 확장”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대상자 모집이다. 18일 기준 국내 백신 접종률이 80%에 가까워지면서 바이오 업계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미접종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국내에 미접종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권으로 확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9월에 결성한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은 K-mRNA 컨소시엄보다 출범 시기는 늦지만, 두 업체가 이미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아이진에 앞서 1상에 대한 IND를 승인받은 큐라티스는 현재 개발 중인 ‘QTP104’에 대해 안전성, 반응원성, 면역원성 등을 평가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36명을 대상으로 1상을 진행하는 큐라티스는 아직 대상자 모집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현재 순서대로 투여를 진행하고 있다.

1·2a상에 대한 IND를 승인받은 아이진은 지난 9월말부터 45명에 대한 1상 투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두 달 안에 투여 완료를 기대했지만, 일부 피험자가 적합 대상자에서 빠지면서 현재 추가 모집을 진행 중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최근 접종률도 크게 늘어난 데다 백신 패스 도입으로 임상 참여가 초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당초 목표 시기보다 늦어질 순 있지만, 연내 투여 완료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진이 mRNA 전달체로 개량한 양이온성 리포솜이 향후 임상 성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양이온성 리포솜은 면역 증강 효과는 물론 LNP보다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아이진의 전달체도 콜드체인 없이 2~8도의 냉장보관 또는 상온보관이 가능하다.

아이진 관계자는 “LNP는 mRNA를 발현하는 건 우수하지만, 전신에 확산시키기 위해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사용하고 있어 과도한 면역 반응이나 심근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양이온성 리포솜의 안전성은 임상에서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컨소시엄에 속한 또다른 바이오업체 진원생명과학은 mRNA 백신의 원액 생산 기술과 원재료인 플라스미드 DNA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VGXI를 통해 두 바이오 업체에 기술협력·지원을 할 예정이다.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에는 향후 대량생산을 담당할 보령바이오파마 외에도 기업들의 원활한 백신 개발을 위해 대외협력에 나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와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업체들이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 지속적인 건의로 최근 도입한 임상 인센티브를 통해 임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협회는 최근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안전성평가연구소 등과도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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