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폐점설 돌았던 빅마켓 매장수 늘리기로
코스트코·트레이더스 성장세에 ‘차별점 필요’ 대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코리아 올해 매출이 사상 첫 5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가 긴장하게 됐다. 코스트코가 미국 현지 매장 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품질을 갖춰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코로나19 시대에도 통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코스트코에 맞서 빅마켓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성장세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코스트코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국내 매출은 5조35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3% 늘어난 1775억원이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1994년 양평점을 첫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했고 현재 매장수만 16개다.

코스트코는 코로나19로 대다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홀로 꾸준히 성과를 낸 기업 중 하나다. 코스트코는 올해 초부터 미국에서 그간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온라인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고, 그 결과 미국에서 온라인 사업은 1년전 대비 80%가량 매출이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특히 코스트코는 휴지, 생수 등 생필품 위주로 했던 온라인 사업을 육류, 과일 등 신선식품으로 확대하며 서서히 품목을 늘렸다. 코스트코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회사를 10억달러(한화 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할인점 실적 추이.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쇼핑 할인점 실적 추이.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코스트코는 미국에서 성과를 본 온라인 사업을 국내에서 적용하려는 모양새다. 현재 코스트코는 자사 온라인몰 배송 외에도 쿠팡, 11번가, 롯데온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와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의 텐고에 입점했다. 텐고는 국내 퀵커머스 서비스 가운데 가장 빠른 10분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코스트코가 온·오프라인에서 고른 성과를 내면,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 빅마켓, 트레이더스의 위기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코스트코의 성장세에 시선은 자연스레 롯데쇼핑의 빅마켓으로 쏠린다. 빅마켓은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부진한 실적에 5개 점포 중 3개를 폐점하고 현재 금천점과 영등포점 두 곳만 운영하고 있다. 유료 회원제도 폐지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빅마켓 MD 조직이 롯데마트 사업부로 흡수되면서 사업 철수설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다만 롯데마트는 철수설을 뒤로하고 빅마켓에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기존 롯데마트를 줄이는 대신 오는 2023년까지 전국에 빅마켓 20여개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내년에만 기존 마트 4곳을 빅마켓으로 전환하며 기존 마트의 판매 부진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가 전략을 선회한 이유는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 가능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2016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9년 2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매출액 2조8946억원, 영업이익 84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3.9%, 58.8%나 증가하며 이마트 내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빅마켓 실적이 포함된 롯데쇼핑 할인점은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지속해왔다. 연간 매출액도 2016년 8조2007억원에서 지난해 6조390억원으로까지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롯데마트의 연간 매출액은 5조원대 후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빅마켓은 사업 초기 점포수를 늘리며 코스트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돼왔지만 롯데쇼핑이 유료회원제 방식을 선택하면서 초기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이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무료회원제로 진입 장벽을 낮춰 충성고객을 확보하면서 빅마켓은 점차 설곳을 잃어갔다.

15일 오전 롯데 창고형 할인마트 빅마켓 영등포점. / 사진=한다원 기자
15일 오전 롯데 창고형 할인마트 빅마켓 영등포점.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 창고형 할인마트 빅마켓 영등포점 1층. / 사진=한다원 기자
롯데 창고형 할인마트 빅마켓 영등포점 1층. / 사진=한다원 기자

또 빅마켓은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PB(Private Brand) 상품이나 차별화 제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롯데마트 상품에 수량을 늘리거나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노브랜드, 피코크 등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써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빅마켓의 규모를 키워 투자 비용을 늘리는 것보다도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롯데쇼핑이 빅마켓을 반등시킬 확실한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롯데마트는 줄곧 실적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하고 있다”며 “롯데온과 오프라인 점포들을 동시에 키우려고 하다보니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빅마켓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잘 되는 이유는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롯데마트는 초이스엘, 온리프라이스 등 PB제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코스트코의 커클랜드와 같은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는 익숙한 곳에 몰리게 되는데 롯데마트가 소비자에게 차별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롯데마트가 기존 마트를 빅마켓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확실한 묘수가 없다면 결국 리모델링 투자비용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