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중국 의존도 100%···텅스텐·영구자석·수산화리튬 등 리스크 취약
“공급망 다변화 한계”···정부, 국민 영향 큰 범용 품목도 관리품목 추가 방침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요소수 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핵심 원자재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그네슘과 텅스텐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공급망 다변화가 말처럼 쉽진 않단 분석이다. 

11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요소수 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다른 전략물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갈등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올해(이하 1~9월) 기준 우리나라 수입품(국제 품목분류 코드 기준) 1만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고 있다. 이중 중국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 수는 절반 가까운 1850개(47%)였다. 이어 미국 503개, 일본 438개 순이었다. 

요소수 외에도 공급 차질 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원자재가 상당하단 지적이 나온다. 마그네슘잉곳과 산화텅스텐, 영구자석, 수산화리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마그네슘잉곳은 자동차 차체와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 부품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생산하는데 필수 원료로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2691만 달러, 올해는 3009만 달러를 수입했다. 마그네슘잉곳은 최근 전력난으로 중국 정부가 생산을 통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알루미늄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데 마그네슘은 핵심 원료가 되는 부분”이라며 “마그네슘 공급 차질은 유럽 쪽에서 특히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화텅스텐은 광촉매, 빛-발광 등 특성이 있어 의료기기나 반도체를 제조할 때 활용한다. 올해 5675만달러를 수입했으며 전체 수입량 중 중국 의존도는 94.7%였다. 업계 관계자는 “텅스텐은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합금 중에서도 강도가 매우 높은 합금에 많이 쓰인다”며 “텅스텐은 지금 공급에 있어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만 워낙 수입 의존도가 높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텅스텐은 현실적으로 공급선 다변화가 쉽지 않단 분석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 부분에서 중국을 능가할 국가가 별로 없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수입을 해야 하는데 물류비라든지 이런 것까지 감안해서 봐야 한다”며 “갑자기 추상적 다변화 차원에서 거래선을 바꿀 기업들이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자제품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구현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올해 전체 수입의 86.2%인 1억8675만달러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에 쓰이는 핵심”이라며 “전기차 성장세를 봤을 때 중국에서 영구자석 수입이 막히면 우리 산업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산화리튬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이다. 올해(1~9월) 중국에서 총 3억6370만 달러(83.5%)를 수입했다. 수산화리튬은 올해 포스코가 전남 광양에 공장을 착공했다. 국산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수요가 워낙 크게 늘어나 수입을 많이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산리튬은 남미쪽에서도 많이 나는데 전기차 등에 직접 쓰이는 것은 수산화리튬”이라며 “수산화 리튬은 습기에 취약해 장기간에 걸쳐 수송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에 한계가 있단 얘기다. 

이밖에 제철을 할 때 환원제로 쓰이는 필수 원자재인 코크스(철강용 석탄), 건설 현장과 생활용품에 주로 쓰이는 실리콘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단 분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이 의약품 분야에 공급을 틀어막으면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신약은 미국 점유율이 높지만 항생제 등 일반약 원료를 만드는 의약품 생산시설은 중국 비중이 상당히 높다. 만약 중국이 항생제 공급을 끊어버리면 국민 의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전쟁과 같은 최악 상황이 아니라면 중국이 실제로 이런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낮단 관측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중국에 원재료를 의존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교역 상태에서 대량으로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략물자 수출을 막으면 큰일이지만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세계화돼 있는 상태에서 이런 것들을 모두 국산화시켜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건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번에 요소도 국내 생산 얘기가 쉽게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당장 중국에서 공급해버리면 채산이 안 맞아버린다”고 말했다. 

여러 요소들이 결합돼 최적의 공급망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충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냔 차원에서 대안이나 차선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대비해야 한단 조언이다. 

중국이 모든 광물 매장량이 많은 건 아니다. 그런데 주요 광물들을 채굴해서 가공하고 제련하는 단계에 있어선 점유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중국이 내부 이유로 갑자기 수출을 통제하면 공급망 상으로 줄줄이 연결돼 문제가 생기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공급난은 전력 문제와 관련있단 분석이다. 김 위원은 “중국 전력난은 석탄 공급 뿐 아니라 중국의 탄소 중립과 관련된 거시적이고 중장기적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 통제를 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전력을 통제하면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기에 중국 입장에서도 빨리 수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글로벌 공급망 이슈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은 “요소 수급난이 다른 분야에서도 재발되지 않도록 공급망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술난이도·대외의존도를 중심으로 선정했던 기존 338개 관리품목을 확대 개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기술이 필요치 않은 범용품목이더라도 요소수처럼 국민생활에 밀접한 파급효과가 큰 품목이거나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고 국내생산역량이 부족한 품목의 경우 관리대상에 포함시킨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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