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국내증시↓ 장기화···外人 이탈에 코스피 비실비실
증권가 "환율·인플레이션·中리스크 등 원인"···개인투자자 "공매도 탓"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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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가 3000선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상승동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 떠나는 배경을 놓고 증권가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신흥국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악화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증시부진의 배경을 공매도에서 찾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공매도와 국내증시 부진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 확고해 때아닌 공매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6일 3049.08을 단기고점으로 찍은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길게 보면 지난 7월6일 3305.21을 찍은 이후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우하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17포인트(0.09%) 상승한 4701.70으로 장을 마치면서 사상 처음 4700을 넘어섰다. S&P500지수는 8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다른 지수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4.27p(0.29%) 오른 36432.22에 거래를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0.77p(0.07%) 오른 15982.36에 장을 마쳤다.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엇박자를 내는 디커플링 현상은 짧게 보면 한 달, 길게 보면 3개월 넘게 진행중이다. 미국 증시가 치고 올라갈 동안 국내 증시는 천천히 우하향하고 있다.

국내 증시 부진은 수급상 외국인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 코스피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6개월 전 35.6%에서 최근 3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최근 1개월 동안 코스피에서 무려 2조7051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미국과 디커플링은 한국 주식시장만의 문제라기보다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된 움직임”이라며 “통화정책 정상화, 제조업 생산 차질, 중국 경제지표 둔화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은 국내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이 저하된 영향도 있다”며 “채권금리 상승으로 개인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주가 상승세 둔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환율상승이 외국인들에게 투심악화 요인을 제기하게 만들었고 중국시장 불안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수출금액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수입원재료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이 원화 약세를 촉발했다”며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속에 유가 등 상품가격 하락과 금리 하락이 진행되어 소재, 금융 위주의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중국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인 자자오예가 홍콩 증시에서 거래정지를 당하면서 최근 다시 중국 크레딧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최근 전세계에서 한국과 함께 주식 안되는 곳이 중국, 홍콩”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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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 침체 원인이 외국인들의 공매도에 있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잠잠해졌던 공매도 논란이 증시 침체를 틈타 다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공매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 200지수와 코스닥 150지수 등에 편입된 대형주 종목에 한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와 주가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코스피의 경우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0종목 가운데 3개는 주가가 상승했고 코스닥은 공매도 상위 10개 가운데 7개가 주가가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가 없고 전면 확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60일 이내 상환해야 하지만 외국인은 실무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며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내 증시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시 증거금도 없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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