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퍼 부사장, 부평·창원공장 방문···산은 등 정부관계자와 면담
한국GM 노조 요청에 따른 답방···노조, 한국 전기차 생산·판매 적기 강조
전기차 생산 없인 미래 생존 불투명···전기차 점유율 급증에 GM도 전기차 체제 전환 예고

스티브 키퍼 GM 부사장. / 사진=GM
스티브 키퍼 GM 부사장. / 사진=GM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GM이 최근 내수 시장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부진한 가운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부사장 방문으로 전기차 신차 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M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 이상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국GM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전기차 생산 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스티브 키퍼 GM 수석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이날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둘러보고 투자 이행상황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키퍼 부사장은 9일 부평공장, 10일 창원·보령공장을 방문하고 11일에는 한국GM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날 계획이다.

키퍼 부사장 방한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한국GM 노조가 지난 6월 미국 GM 본사를 방문해 답방을 요청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젬 사장과 노조는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를 방문해 키퍼 부사장과 만나 “한국 정부는 친환경 미래차 산업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정부 자금 투입을 실행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미래 비전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키퍼 부사장은 “경영진은 2030년 한국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미래 비전을 위해서는 노사 협력이 필수”라고 답하며 한국 방문도 약속했다. 이후 한국GM 노사는 지난 8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미국 본사 방문 때 한국 사업장에 전기차 생산 배정을 요청한 만큼, 키퍼 부사장이 전기차 생산 여부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GM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생산 없이는 회사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GM은 내수 시장에서 2493대를 판매하며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차(3279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수출도 4382대를 기록하며 르노삼성(6625대)에 비해 뒤처져 4위를 기록했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국내 판매가 급감했고, 올해 초에는 다마스와 라보 생산도 중단했다. 스파크와 말리부는 국내외에서 모두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트레일블레이저도 신차 효과가 사라지며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판매 차량인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은 2023년은 돼야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CUV 이후에는 한국GM에서 생산 계획이 잡힌 차량이 아직 없다.

한국GM은 신형 CUV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전기차 모델 없이는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기차 판매는 7만9883대로 전년대비 169.3% 늘며 휘발유(전년대비 14.4%↓), 경유(63.1%↓), 하이브리드 (43.3%↑)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도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며, 완성차 기업들과 소비자 모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GM은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GM 인베스터데이 2021’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분야에 350억달러(약 4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0종 이상의 신형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키퍼 부사장 방한에서 전기차 배정 언급이 없을 경우, 한국GM은 최근 빨라지고 있는 전기차 시대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완성차 기업 중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곳은 한국GM이 유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오닉5, EV6, GV60 등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했으며, 내년에도 아이오닉과 EV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쌍용차는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생산해 현재 유럽에 수출했으며, 내년에는 한국 시장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전기차 트위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지리자동차와 함께 협업해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GM의 경우 전기차 볼트EV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생산하진 못하고 있다.

한편 한국GM 관계자는 “키퍼 부사장이 방한 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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