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동기에 고대 동문, 장관비서관·인사과장 인수인계···“인사과, 중수본 파견 체계화해야”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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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보건복지부 인사에서 인사과장을 인수인계한 김국일 부이사관(3급)과 손호준 부이사관(가나다순)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고시 43회 동기이고 고려대 동문이며 장관비서관과 인사과장을 물려주고 받았던 두 명의 부이사관 중 누가 먼저 국장에 승진할지 주목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하순 국장과 과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22일 공식 발표에 앞서 같은달 21일 오후 인트라넷인 유니모 사이트를 통해 공지된 인사 발령은 1주일 전부터 알려졌던 내용과 유사했다. 특히 손호준 인사과장 후임자에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이 내정된 사실도 하마평으로 확산됐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해 2월 인사과장에 발탁된 손 부이사관은 그동안 힘들다고 호소했기 때문에 교체가 유력했고, 후임자에는 그보다 행시 한 기수 아래인 44회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하지만 손 부이사관 행시 동기인 김 부이사관이 내정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10여년 간 행시 한 기수 당 선두주자 1명이 인사과장을 맡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단 예외적으로 행시 37회에서는 이기일 현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최종균 현 건강보험정책국장 등 두 명이 인사과장을 역임한 사례가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김 부이사관은 지난해 인사과장을 제의받았지만 고사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수락했다”며 “김 부이사관 대신 인사과장을 맡았던 손 부이사관이 보직을 넘긴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전부터 복지부 행시 43회 동기 중 선두주자였던 김 부이사관과 손 부이사관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사과장 임명을 계기로 확실하게 국장 승진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경남 마산 출신 김 부이사관은 1968년생이다. 복지부 사회정책분석담당관과 의약품정책과장, 노연홍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비서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문형표 장관비서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건강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건강정책과장은 인사과장을 고사하고 지난해 2월 맡았던 보직이다. 그는 창신고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생인 손 부이사관은 강릉고와 고려대 영문과 출신이다. 복지부 홍보기획담당관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생명윤리정책과장, 진영 장관비서관, 한의약정책과장, 원격의료추진단 기획제도팀장, 국방대학교 교육 파견,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과장, 기획조정담당관, 청와대 정책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의료자원정책과장, 인사과장 등을 거쳤다. 현재 통합돌봄추진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 부이사관과 손 부이사관 공통점은 적지 않다. 행시 43회 동기인 두 명은 고려대 동문이다. 김 부이사관은 국문과 출신이다. 손 부이사관은 영문과를 졸업했다. 복지부 인사과장이 영문과 출신에서 국문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에 두 번 파견 나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김 부이사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두 번 근무했다. 손 부이사관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 파견 기록을 갖고 있다. 한 번도 힘든 청와대 파견을 두 번 경험한 복지부 관료는 이기일 실장 등 극소수로 파악된다.

두 부이사관은 장관비서관과 인사과장을 물려주고 물려받은 사이다. 박근혜 정부 첫 장관인 진영 장관비서관을 손 부이사관이 맡았다. 진 장관의 짧은 근무에 이어 부임한 문형표 장관비서관은 김 부이사관이 발령 받았다.

장관비서관은 요직이지만 손 부이사관에는 달갑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다. 진 장관이 당시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전격 사퇴하자 그를 보좌했던 손 부이사관은 이후 한의약정책과장, 원격의료추진단 기획제도팀장, 국방대학교 파견, 질본 기획조정과장 등을 맡으며 외곽에서 일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인 지난 2017년 4월에야 복지부 본부로 옮겨 기획조정담당관을 맡으면서 불운을 떨쳐냈다.    

이처럼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김 부이사관과 손 부이사관은 인연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손 부이사관이 인사과장으로 재직할 때 김 부이사관이 3급으로 승진했다. 공교롭게 당시 승진한 김 부이사관과 유주헌 기획조정담당관, 인사과장인 손 부이사관은 모두 고대 동문이다. 손 부이사관은 20개월간 인사과장으로 근무하며 흔한 표현이지만 ‘대과 없이’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질병관리청 국장으로 승진한다거나 막판에는 갈 자리가 없어 인사과장에 유임된다는 근거 없는 하마평도 있었지만 결국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당장 인사과장으로서 김 부이사관 현안은 복지부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로 파견 가는 과장과 사무관의 적절한 발령과 근무기간으로 분석된다. 중수본은 변화가 많고 복지부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없어 외부에서는 거의 파악이 어려운 조직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대다수 복지부 직원은 열심히 일하지만 극소수 관료는 해외 파견 근무가 끝나도 업무가 많고 힘든 중수본 발령을 피하기 위해 휴직 등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본래 소속된 과 업무와 병행이 가능하도록 중수본 발령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김 부이사관과 손 부이사관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 국장에 승진할 지는 예측이 어렵다. 한 기수 선배인 행시 42회도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이같은 상황에서 복지부 3대 과장으로 꼽히는 인사과장 시절 근무에 대한 평가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김 부이사관과 손 부이사관은 인물이 많은 행시 43회에서도 선두주자로 인정 받은 유능한 관료들”이라며 “특히 김 부이사관은 인사과 문턱을 낮추고 직원 애로를 발령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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