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물적분할 풍문에 주가 하락세
물적분할 사례 연이어 나오면서 주주 원성도↑
투자가치 희석 우려 높아 보호책 마련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 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상장사들의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물적분할 이슈 자체만으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다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주장이다. 이에 기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물적분할 풍문에 반등 꾀하던 한화솔루션 ‘털썩’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연저점인 3만6000원을 기록한 이후 반등을 꾀하던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최근 다시금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지난달 19일만 하더라도 4만5950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거듭된 하락으로 3만8000원대까지 내린 상태다. 지난 1일에는 4.65% 내리며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한화솔루션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인 배경 중 하나로는 물적분할 풍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솔루션이 첨단소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해 신설 법인 설립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전해진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신설 법인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 자금을 유치하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도 구체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물적분할은 분할하는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가 100% 보유하며 기업 분할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 다른 기업 분할 방식인 인적분할과는 달리 기존 주주들이 새로 신설되는 회사 주식을 부여받지 못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적분할로 독립한 새 자회사는 IPO(기업공개)나 이번 풍문처럼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한화솔루션에서 물적분할 이슈가 불거지자 기존 주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련 주식 토론방에서는 이 같은 물적분할을 성토하는 주장이 다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를 일부 종합하면 올해 초 1조346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기존 주주들에 부정적인 재료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의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비중이 전체의 4.5%(올해 상반기 기준)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첨단소재 부문은 한화솔루션의 전체 수소 사업에서 수소 저장·운송 및 활용에 사용되는 저장용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존주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은 수소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최대 6배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물적분할에 대해 공식 결정된 사실이 없는 데다 수소 사업은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 내의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조달한 자금으로 주력 사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선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 유행된 물적분할···투자자 보호책 마련돼야 목소리

상장사들의 물적분할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 사례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해당 상장사의 성장 사업을 보고 투자에 나섰는데 해당 사업을 자회사화 하는 이슈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신설 법인의 지분이 매각되거나 IPO가 될 경우 모회사의 할인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국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표면적으로만 보면 기업가치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호재 보다는 악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할 경우 더블카운팅(합산 시가총액에서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으로 계산되는 현상) 탓에 모회사 가치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말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키로 하면서 일부 기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올해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개인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 역시 개인 주주들의 반발 속에 자율주행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했다. 이들 대부분 물적분할 결정 소식이 나온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물적분할에 대응할 수 있는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23일 마감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물적분할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합니다!!!’에서 청원인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투자자 의사에 반할 경우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미 주식매수청구권을 시행 중이다”며 “또 물적분할이어도 경영진의 판단이나 주주의 요구에 따라서 기존 법인의 주주들이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을 수도 있도록 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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