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ZERO’ 목표 무색, 안전불감증 도마 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견 건설사 한양이 ‘안전불감증’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국내 10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면서다. 올해 초 ‘중대재해 ZERO’ 목표로 안전∙보건경영을 내세웠던 한양의 외침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 건설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사는 한양이다. 한양은 시공능력평가 38위 중견 건설사다. 지난 7월 ‘전남 솔라시도 G1골프장 부대시설 신축공사’에 이어 8월 ‘광양항 묘도 준설토 매립장 항만재개발사업’과 ‘천안 풍세 공동주택 신축공사’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두 달 새 3명의 사망자를 내며 현장 안전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양항 묘도 준설토 매립장 항만재개발사업에선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5월 토사∙석탄재 매립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하역물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한양은 고용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재해율 이상인 사업장’의 원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2016년 발생한 ‘경기도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4공구 건설공사 현장 폭발사고’로 인한 행정처분으로 올초 2개월 영업정지를 받기도 했다. 해당 현장은 포스코건설과 한양 등 중대형 건설사 7개사가 공동 시공을 맡은 곳으로 당시 가스 폭발·붕괴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행정처분은 그 간 형사사건 재판이 계류돼 오면서 지연돼 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은 올 초부터 김형일 한양 사장(부회장)을 주축으로 ‘중대재해 ZERO’를 목표로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안전∙보건경영’을 적극 추진해 왔다. 또한 매년 주제를 선정해 안전•보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추락 ▲붕괴∙도괴 ▲화재∙폭발 ▲낙하 ▲협착 등 5대 재래형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 3건 중 추락 2건, 협착 1건 등으로 나타나면서 한양의 예방 캠페인 활동도 무색해진 모양새다. 

한양은 보성그룹 계열사로 ‘한양수자인’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건설사다. 1980년대만 해도 국내 주택건설과 해외 건설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도급순위 4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설립 초기 서울 압구정 한양아파트를 지으며 현대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해외사업장의 부실 등 잇따른 경영악화로 2001년 파산선고를 받았고, 2003년 말 광주지역 업체인 보성건설에 인수됐다. 2005년 주택 브랜드 ‘수자인’을 내놓고 사업 재편을 거쳐 지금의 외형을 갖췄다. 인수 당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30위였으나 올해 32위까지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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