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부채비율 223%, 경쟁사 대비 2~3배 수준
주택·건축부문 비중 전체 매출 68% 차지···부채비율 영향
재무구조 개선 위해 직·간접 경영 간섭 불가피

중흥그룹은 내부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3년 내 상장 대형 건설사를 인수하겠다는 정창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 되면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향후 대우건설의 경영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흥건설이 부채비율 축소를 비롯한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사업 비중이 크고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자체∙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노조,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주 첫 3자 회동을 진행했다. 인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흥건설은 이 자리에서 합병 이후 대우건설의 독립경영과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중흥그룹의 매각총괄을 담당하는 김보현 중흥그룹 부사장은 “중흥건설은 비상장회사 대우건설은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구조상 별도로 경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중흥그룹의 직∙간접 경영 간섭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우건설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인수 후 목표는 대우건설을 3년 내 국내 톱 티어 건설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며 “그룹에서 고려 중인 대우건설 경영 첫 번째 목표는 부채비율을 중흥그룹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부채비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했지만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3%를 기록했다. 2019년 최고치였던 290%과 비교해 67% 감소했지만 다른 경쟁사인 현대건설(103.2%)나 DL이앤씨(87%), 현대엔지니어링(57.1%) 등에 비하면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흥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1%다.

부채비율이 개선되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승도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수주‧매출액 부문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재무구조 점수가 저조해 순위가 최종 5위권에 머물렀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기업평가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시공능력평가”라며 “대우건설 부채비율이 중흥그룹과 같이 100% 초반 수준으로 관리된다면 톱3로 충분히 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대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체∙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띌 것으로 봤다. 올 3분기 기준 주택·건축부문 비중은 전체 매출의 68%를 차지한다. 이는 부채비율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사업 자체도 선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주요 건설사 중 자체사업이 가장 활발하다. 올해만 6곳에서 자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사업은 땅 매입부터 분양∙시공 등을 모두 맡아 진행하는 만큼 마진율이 높다. 하지만 땅 매입 등 대규모 사업비가 필요한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뤄진다. 실패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위험성이 큰 만큼 앞으로 자체사업장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공만 담당하는 도급사업 역시 땅 매입 비용은 없지만 각종 보증이 부채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건설사는 정비사업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조합원 분담금 대출∙ 분양계약자 중도금대출 연대보증, 도시정비 사업추진비 등을 제공하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에 독립∙자율 경영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경영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부채비율 감소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PF 개발사업과 정비사업, 신사업 투자 등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흥건설은 지난주 대우건설에 대한 상세실사를 마무리했다. 다음 달 KDB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흥건설은 이르면 다음 달 중, 늦으면 12월 초 계약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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