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공모 마감, 재개발 예정지 60여곳 관심
“절차 간소화·개발 자율성 보장 기대”
강남·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호의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재건축·재개발)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전폭적인 행정 지원과 개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참여를 원하는 재개발 구역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이 낀 개발에 시큰둥했던 강남·여의도 재건축 단지들 역시 각종 인센티브를 제안한 신속통합기획에 마음이 기우는 모양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공모는 이달 29일 마감된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공공기획’의 새 이름으로 민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오 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올 연말까지 25곳 내외의 후보지를 1차로 선정해 약 2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서울시 목표다. 현재 60곳 이상 재개발 예정구역들이 문의를 하는 등 현장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곳곳에선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선 주민 동의율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 점수에서 주민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주민 동의율이 높을수록 선정될 확률은 높아진다. 각 지역 추진위원회는 전화, 우편, 부동산 커뮤니티, SNS, 플래카드 등을 동원해 막바지 동의서 걷기에 나섰다.

접수가 가장 빨랐던 곳은 종로구 숭인1구역이다. 이곳은 과거 ‘1호 도시재생지’로 선정됐지만 오랜 기간 방치돼 주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공모 마감일인 이달 말까지 주민 동의율을 67%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강변에 위치한 광진구 자양2구역도 신속통합기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공모를 전문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이곳은 과거 오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일환인 유도정비구역 후보에 올랐으나 주민 반대가 높아 구역 지정에 실패했고, 각종 규제와 사업성 부족으로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이 밖에도 관악구 신림1구역, 용산구 서계동, 성북구 장위11구역, 구로구 가리봉1구역 등이 신청을 끝냈다.

신속통합기획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사업 진행 절차를 간소화해 진행이 빠르고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되면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개입하면서 통상 5년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2년으로 대폭 단축된다. 임대비율도 전체 가구 수의 15% 수준으로 기존 공공재개발 대비 5%포인트 적다. 사업이 소유권을 공공에 넘기지 않고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개발의 자율성도 보장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려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려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개발·재건축 사업성 저해 요인이었던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높이 제한’ 규제가 완화된 점도 민간 참여가 많아진 배경이다.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인 2종 일반주거지역 건물 높이를 7층까지로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 최고 25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 개정안을 지난 21일부터 시행했다. 용적률도 190%에서 200%로 상향됐다. 2종 7층 규제는 그동안 구도심 재개발의 걸림돌로 꼽혀 왔다. 층수 규제 탓에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지 못하다 보니 사업성이 낮았다. 7층 규제를 받는 서울 내 주거지역 비율은 26%에 달한다. 또한 ‘7층 제한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 시 의무였던 공공기여(10% 이상)도 없앴다. 공공기여 없이도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져 사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강남이나 여의도 등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들도 신속통합기획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시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대치미도)과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다. 서울시가 해당 단지들을 직접 찾아 설명회까지 연 것은 신속통합기획의 특장점을 알리고 개발에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각종 규제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다.

서울시는 각종 인센티브로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시범아파트에선 국제금융지구 지원·공공기여 합의를 전제로 기부채납 비율을 종전 40%에서 25%로 낮추기로 하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이 밖에 50층 이상 층고제한 완화, 한강변 첫 동 층수 규제 예외 인정, 준주거지역 종상향, 비주거시설 비율 5%로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치미도에는 최고 35층 이상 층수상향, 역세권 복합 고밀개발(용적률 300~700% 적용), 주민 효율성을 고려한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을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공공재건축처럼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인센티브도 많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며 “입지가 좋고 상징성이 큰 두 단지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주변 재건축 단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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