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 관련, 기업들 의견 전혀 반영 되지 않았다며 ‘허탈’
향후 각종 지원 등 정부와 기업 협력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가 성공 관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 재계가 허탈해 하는 까닭은 단순히 목표치가 무리하다고 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 수치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이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특히 불만인 모습이다.

지난 18일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 재계단체들은 그동안 우려를 표했음에도 목표치를 그대로 밀고 간 부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목표치를 달성할 당사자이고, 목표치 조정 등을 요청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총은 “기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하나, 산업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로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경련 역시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이 과정과 관련해서도 불만이 많다.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 97명가량 되는데, 그 중 기업인은 1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시민사회나 학계, 정부 측 인사라는 것이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는 절차에 경제단체 및 몇 기업이 참석해 의견을 냈지만 나중에 나온 수치를 보니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NDC는 한번 정하면 되돌리기가 힘들고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적잖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강병열 경총 보건환경팀장은 “탄소중립위원회가 5월 달에 출범했고 업종별 외 산업계 간담회는 10월 초에 있던 것 정도가 전부”라며 “긴 시간을 갖고 논의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와 재계가 불협화음을 보이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박용만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당의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의결 움직임과 관련, “우리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며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데,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작심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탄소중립과 관련해선 향후 정부와 기업의 파트너십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목표치를 이루기 위한 재정 및 입법적 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기업으로선 감산이나 해외 이전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기업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유인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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