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토연 부동산 시장 전망치 반영해 내년 예산 편성
증권거래세 코스피 3470 기준 추계···“표리부동 태도 멈춰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전제로 내년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집값 고점론을 밝힌 것과는 배치된단 지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2년 국세수입예산안에는 내년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위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을 편성할 때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전망치를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연은 내년 수도권 주택가격이 올해보다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해 기재부는 내년 양도소득세 예산 22조4380억원을 짰다. 또 국토연의 5년 평균 공시가격 증가율 5.4%를 반영해 종합부동산세 6조63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 주택가격이 올해와 비교해 모두 오를 것으로 전망해 국세 추계에 반영한 것이다. 유 의원은 “해당 전망치마저도 과소추계 됐다”며 “KB주택매매가격을 통해 계산한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각각 13.6%, 8.1%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국세수입을 추계할 때, 시장 전망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며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내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을 알고 국세수입 전망에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시장과 무관하다, 내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표리부동한 태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홍 부총리가 ‘대국민 부동산 담화’에서 집값 고점론을 강조한 것과는 배치된단 비판이다. 

기재부는 또 주식 시세는 코스피 3470, 코스닥 1100포인트로 각각 기준을 잡고 내년 증권거래세와 양도세 예산안을 편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 증권거래세 예산안은 7조 5380억원, 양도세는 22조4380억원으로 올해 2차 추경 대비 각각 9.0%와 11.9% 감소했다. 

정부의 내년 증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까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 등으로 인해 유동자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내년엔 유동성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 의원은 “기재부는 제출 자료에 ‘증권 관련 세수를 추계할 때 전문 연구기관 전망치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기재부가 전문연구기관 전망치를 이용하지만 전망치 자체가 정부 공식 전망이 아니란 주장”이라며 “정부 전망과 연구기관 전망치가 달랐다면, 추계 당시 조정했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수입예산안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기초자료”라며 “재정건전성 악화를 은폐할 목적으로 과도하게 증시 호황을 전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 이미지=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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