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회 자제 요청 속 강행···“정부, 노동계 요구 묵살해 불가피한 선택”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해야”···노조 가입자만 위한 요구 비판도

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불평등한 차별의 온상인 비정규직을 완전 철폐하라.”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동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계 주요 현안을 정부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영계는 민노총 파업이 정치적 의도가 있고 요구 내용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서 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특수 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일방적 해고와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외에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환수 및 공공임대주택 확대 ▲국가 책임 무상돌봄 ▲대학 서열 폐지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나순자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더 이상 불평등 체제에서 인내할 수 없어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며 “불평등과 차별의 온상인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적용하며 국가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후 위기,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데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기후위기 해법, 기술발전이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디지털 전환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화 민노총 인천본부장은 “주택, 교육, 의료, 돌봄, 교통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주택정책을 전면 수정해 집 없는 사람 누구에게나 공공임대주택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료와 돌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기본 권리로 보장하고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보장하며 유통물류 산업영역에서 공공적 기준을 세우고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총 관계자는 “요구 사항 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에 대한 전면 개정,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과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분, 의료와 돌봄의 공공성 강화 부분은 특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노총 집회는 대선 국면을 맞아 노동계이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겠단 포석이 담겨있단 분석이다. 실제 국회에는 노동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날 집회에서도 민노총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함께 (노동계의) 믿음을 배신했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진행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경영계는 민노총의 파업이 정상적이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번 민노총 파업 목적은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란 본연의 목적 외에 국가 시설이나 부동산 국유화라든지 정치적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정상적 목적의 파업이 아니다”라며 “노동 관련 사항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노동경직성이 굉장히 높아 고용창출도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노조 가입자만을 위한 조건을 내세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민노총이 전면에 내세우는 비정규직 철폐와 관련해 “인천국제공사 사태를 보듯 단순히 시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규직 과보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기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파업대회는 정부의 집회 자제 요청과 방역수칙 위반 엄단 방침에도 강행됐다. 경찰이 도심곳곳에 차벽을 세우는 등 집회 차단에 나서자 민노총은 집회 장소를 경찰청과 서대문경찰서 코앞인 서대문역 사거리로 바꿔 진행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행정명령에 의해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는 금지돼 있다”며 “거리두기를 유지하지 않은채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하고 있는데 불법행위로 채증되고 있으며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집회는 예정된 순서대로 마무리됐다.

민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의제 관련해서 정부와 협의하자고 했지만 정부는 그냥 집회를 자제하란 것 말고 실제 우리 요구와 관련해 진정있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 집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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