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산림 훼손에도 복구명령 없이 골프장 준공 승인
강릉 1조 개발 사업 놓고 이중협약·맞춤형 공고 논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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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경주∙강릉∙전주 등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에서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주∙강릉∙전주 등지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이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잇단 구설수에 ‘정도경영’을 강조해 온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법 산림 훼손에도 골프장 준공 승인···허가 변경 통해 합법화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7월 경주 경북에 골프장과 진입도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1만715㎡(약 3241평)의 산림을 불법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다. 태풍 등으로 골프장 예정 부지인 일부 경사면이 붕괴하자 실시계획변경인가와 복구설계승인을 받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시는 지난달 2일 산림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태영건설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7일 태영건설과 공사 책임자에게 벌금형 처분을 내렸다.

논란은 경주시가 지난달 태영건설의 골프장 개장을 승인하면서 불거졌다. 불법 훼손된 산림에 대한 원상복구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준공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경주시는 규정에 따른 조치라며 해명에 나섰다. 당시 태영건설은 훼손된 산림을 다른 용도로 쓰겠다며 사업 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경상북도는 이를 허가해 줬다. 변경 승인되면서 훼손된 부지가 사업 부지에 편입됐고, 산지 복구 의무가 면제됐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선 불법 산림 훼손을 원상복구 없이 행정절차를 통해 합법화해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시, 이중 협약 지적에 민간사업자 공개 모집···’맞춤형 공고’ 논란도

강원도 강릉에서도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1조원 규모 관광단지개발사업에 이중 협약과 특정업체 밀어주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강릉시는 ‘강릉 남부권 해안 관광단지 관광자원화’를 위해 옥계면∙강동면 일원 160㎡ 부지에 민간 투자 자본으로 골프장과 호텔, 콘도, 상업시설 등을 갖춘 대단위 복합리조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육군 23사단 사격장이 위치해 관광지로 개발할 수 없었다. 강릉시는 국방부에 사격장 이전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지난 5월 국방부와 부대를 이전하기로 합의각서를 체결해 사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강릉시는 2019년 3월 민간투자자로 참여한 영풍문고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풍문고는 지난해 5월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투자유치, 사업추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추진해 왔다. SPC에는 대우건설과 NH투자증권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강릉시는 돌연 태영건설과 MOU를 체결했다. “사업 진척이 더디다”는 게 변경 사유다. 영풍문고 측 투자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사업 추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업체와 MOU를 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강릉시의회도 1조원이 넘는 민간 투자 협약을 하면서도 의회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릉시는 기존 MOU를 모두 없던 일로 하고 지난달 6일 민간사업자를 공개 모집 공모를 냈다. 하지만 특정업체를 위한 ‘맞춤형 공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릉시는 공모 공고에서 공고 이후 10일 이내에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하고, 40일 이내 사업을 제안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사업참여의향서 제출이 30일, 사업제안이 90일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사업자가 신청하기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모에선 ‘기부대 양여사업’(사업장내 군부대를 이전하고 부지를 받아 개발하는 사업)시행 실적에 대한 가점(40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태영건설은 창원과 전주에서 기부대 양여사업 경험이 있다. 2곳에서 군부대 이전 부지를 받아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건설했다. 여기에 대표사는 국내 시공능령평가 50위 이내 건설사로 했다. 10위권 내 건설사는 1개 컨소시엄에 1개사로 참여를 제한했다.  

강릉시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 제안은 밑그림만 그리는 수준이라 사업참여의향서 접수 후 사업 제안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기간을 짧게 설정했다”며 “좀 더 많은 건설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 시평 50위권 내 건설사로 제한한 것이지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대 양여사업 가점의 경우 사업 절차가 까다롭고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실적 경험이 있는 업체에 우대 점수를 주겠다는 취지다”며 “가점이 최대 40점이고 최저 점수가 20점으로 총 점수(1000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주 에코시티 15블록 ”일반분양→임대분양, 분양가 상한제 회피 위한 꼼수”

전주에선 태영건설이 짓고 있는 에코시티 15블록 ‘데시앙’ 아파트가 일반 분양이 아닌, 공공지원 민간 임대 분양 방식으로 추진되는 점을 두고 특혜라는 지적이 전주시의회에서 나왔다.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서윤근 의원은 이달 13일 열린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태영건설이 주도하는 주식회사 에코시티 개발이 시행하는 에코시티 15블록 데시앙 아파트 분양이 꼼수와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아파트는 예고된 일반분양에서 갑자기 임대분양으로 변경 승인이 신청됐고 전주시가 이를 승인한 것”이라며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술수와 꼼수라는 지적이 비등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전주시는 사업시행자인 에코시티개발의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신청을 최근 승인했고 이에 따라 데시앙 15블록에 들어서게 될 아파트의 분양 방식은 기존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분양으로 전환됐다. 단지는 지상 29층, 5개 동, 전용면적 64~140㎡, 748가구 규모다. 서 의원은 “당장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일반분양을 하는 것보다 10년 뒤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형성된 가격을 적용해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특혜 논란에 태영건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경영원칙인 ‘정도 경영’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혜 논란 외에도 태영건설은 3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특별 감독을 받았고, 올해 상반기 100대 건설사 중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로 꼽히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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