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추진, 조합과 막바지 협의···오세훈표 재건축 1호 기대
‘개발 밑그림’ 지구단위계획 마련···집값 자극 우려, 발표 시기는 미정
“시범아파트 개발 속도낼 듯···재건축 활성화 공약 달성에 도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여의도 개발 첫 발을 떼는 동시에 재건축 활성화 공약 달성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 개발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개발 밑그림인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재건축 단지에서 신속통합기획 추진 첫 발을 뗐다. 그동안 개발 필요성을 강조해온 시범아파트가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취임 직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을 상대로 신속통합기획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공공기획’의 새 이름으로 민간 주도로 개발을 진행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오 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할 경우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사업성이 상향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담부서도 신설했다. 최근 신속통합기획과 관련해 특별분과 위원회를 꾸렸다. 신속통합계획 단지의 경우 정비사업 특별분과위원회 신속 심의로 도시계획결정 기간을 종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단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는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를 도입해 소요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9개월까지 줄이기로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오세훈표 재건축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지는 올해 준공 51년 차를 맞이한 서울 대표 노후 아파트다. 지난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서울시에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여의도 개발 계획을 전면 보류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시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오 시장은 그동안 시범아파트의 개발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취임 초기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범아파트를 꼭 한 번 방문해달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도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가보고 경악했고, 강한 충격으로 남아있다”며 “국토부 공무원도 현장에서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상향한 것을 반성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내부적으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단위계획이란 용적률∙건폐율뿐 아니라 용도∙종류∙규모 등과 관련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말한다. 통합재건축을 유도하고 기부채납 부지는 ‘공공시설문화부지’ 명목으로 받아 컨벤션 등 회의시설을 포함한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집값 자극 우려가 있는 만큼 지구단위계획 발표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발표와 별개로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을 신속하게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속도가 붙고 주민들이 체감하게 되면 인근 재건축 단지들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 입장에선 재건축 활성화 공약 달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범아파트에 국제금융지구 지원·공공기여 합의를 전제로 ▲50층 이상 층수 완화 ▲첫 동 15층 규제 해제 ▲준주거지역 종상향 ▲비주거시설 비율 5%로 완화 ▲기부채납 비율 25%로 하향 등 인센티브를 제안한 상태다. 현재 서울시와 조합은 막바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간이 단축되고 사업성도 올라가는 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며 “오 시장 역시 반응이 괜찮은 시범아파트를 통해 취임 직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재건축 활성화 측면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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