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 차 단지 중심 리모델링 사업 박차
대형 건설사 현수막 걸고 브랜드 홍보 나서
“사업 추진 속도 분당보다 빠를 수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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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분당을 위주로 추진되던 리모델링 사업이 일산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올해 준공 30년 차를 맞이한 일산에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고 일부 단지가 사업성 검토에 들어가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 동∙서구에선 1990년대 초 입주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경기도 리모델링 사업성 검토 컨설팅 시범사업’에 선정된 일산서구 ‘문촌마을 16단지’가 리모델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컨설팅은 노후 단지에 리모델링 컨설팅 비용과 계획 설계, 기본 설계, 사업성 분석 등 9개월간 3단계에 걸친 단지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단지는 경기도와 고양시 각각 1억5000만원 총 3억원의 컨설팅비용을 지원받는다.

최근 일산을 포함한 고양시에선 리모델링 사업에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리모델링 사업 검토 컨설팅 시범사업 공모에 접수한 111개 단지 중 27개가 고양시에서 나왔다. 재건축으로 추진하게 되면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산의 경우 용적률 169%로 재건축 사업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도 리모델링에 관심이 높아진 요인이다. 일산 서구 ‘강선마을 12단지’(두진아파트)는 이달 ‘찾아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자문 시범사업’ 대상 단지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입주자가 해당 단지의 사업성을 한 달 만에 알 수 있는 서비스다. 당초 9개월 정도 걸리는 기존 사업과 달리 사업성 여부를 3~4주 만에 판단할 수 있어 입주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근 구도심인 덕양구에서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시작됐다. 준공 27년 차 ‘별빛마을 8단지’(부영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정비업체와 설계사 선정에 나서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위는 올해 안에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내년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일산에선 ▲장성마을 2단지 ▲강선마을 14단지 , 덕양구에선 ▲샘터1단지 ▲은빛 11단지 ▲옥빛 16단지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사들까지 몰려들면서 리모델링 열기는 고조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벌써부터 현수막을 걸어놓는 등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산동∙서구와 덕양구에서 리모델링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며 “일부 단지에선 건설사가 먼저 간담회를 여는 등 시공권 확보를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먼저 리모델링에 나섰던 분당보다 일산이 사업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분당에선 입지가 좋은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용적률이 200%대로 사업성이 높지 않지만 재건축 이후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움직임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영향을 미쳐 리모델링 사업 동의서 징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산이나 덕양구에선 위험성이 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안전하게 가자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분당보다 상대적으로 동의서를 받는 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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