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유지에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검토
옛 서울의료원 등 강남권 부지 거론
김헌동, SH사장 내정···정책 힘 실릴 듯
“강남 30평형대 3억대 아파트도 가능”

서울시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강남에 3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주장해온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개혁본부 본부장(사진 오른쪽)이 SH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강남권에 3.3㎡당 1000만원 짜리 아파트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면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를 공공이 소유해 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사업성이 낮아 건설사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고, 집값 하락 우려로 사업지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은 숙제로 꼽힌다.

12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시유지에 공급하는 방안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토지를 뺀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땅값이 제외돼 분양가를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다만 공공의 땅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 후보지로는 서초구 방배 성뒤마을,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등이 거론된다. 이들 지역은 강남권에 위치해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땅값이 비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는 땅을 매각하기보다 땅을 제외하고 저렴하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적합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이 토지임대부 아파트로 공급됐다. 2011년 공급된 LH서초5단지 분양가는 전용면적 84㎡가 2억500만원(월 임대료 45만원)에 책정됐다. 당시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별도로 보증금 3300만원을 납부하면 절반으로 내릴 수 있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하니 주변 집값이 오를 수 없었고,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도 억제됐다는 평가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로 내정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줄곧 주장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김 전 본부장은 SH사장이 될 경우 토지임대부 주택을 활용해 강남에서도 30평형대 아파트를 3억원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김 전 본부장의 임명이 확실시되는 만큼 서울시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정책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대선 주자들도 잇따라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주택 분양형’ 계획을 발표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역세권 첫 집 주택’과 ‘4분의 1(쿼터) 값 아파트’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름이나 실현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부 토지임대부 주택을 바탕으로 둔 정책이다.

다만 서울시가 토지임대부 주택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당장 사업지 선정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 주변 집값 하락 우려로 자치구와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서다. 토지임대부 주택 후보지로 거론된 삼성 서울의료원 부지의 경우 강남구청장이 나서 주택 건립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도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이 같은 반발로 반값 아파트 공급이 중단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 토지임대 건물분양법도 폐지됐다.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성이 낮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토지를 저렴하게 확보하기 때문에 낮은 토지 임대료 책정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제하고 나면 수익을 내기 힘들어 민간이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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