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 후임에 행시 44회 유력, 박재만 하마평···임명 시 12년 9개월 만에 사복과 출신 기록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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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건복지부에서 최대 학맥으로 꼽히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출신이 인사과장을 접수할지 주목된다. 복지부 인사과장은 권한이 크고 상징성도 높아 서울대 사복과 출신이 차지할 경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종료함에 따라 현재 공석인 국장급 3자리에 대한 인사 시기와 내용이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과 복지행정지원관, 보육정책관이 공석이다. 3자리에는 현직 부이사관(3급)이 승진해 임명될 예정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인사검증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공석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국장 인사가 마무리되면 후속 과장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에 승진하는 부이사관 3명 등 인사수요를 감안하면 최소 7-8명 과장의 자리바꿈 인사가 예상된다. 이중 핵심은 손호준 인사과장의 유임 여부다. 지난해 2월 임명된 손 과장은 20개월 동안 대과 없이 인사과장을 수행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손 과장이 힘들다는 입장을 주변에 토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만약 이번 과장 인사에서 유임되더라도 내년 2월 경으로 예상되는 정기인사나 또는 5월로 예정된 신임 복지부 장관 부임을 전후로 손 과장이 교체되는 상황은 예상 가능하다.

이에 손 과장이 행정고시 43회인 점을 감안하면 후임 인사과장은 현실적으로 행시 44회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과거 행시 37회인 이기일 현 보건의료정책실장이 36회인 김헌주 현 질병관리청 차장보다 인사과장을 먼저 한 경우도 있긴 하다”며 “하지만 이는 예외적 사례이며 행시 기수별 선두주자가 기수 순서대로 인사과장을 물려주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수년 사례만 봐도 행시 41회인 임호근 인사과장(현 사회서비스정책관)과 42회인 진영주 인사과장(현 보험정책과장)에 이어 현재 43회 손 과장이 기수 순서대로 임명돼 근무하고 있다. 이에 손 과장의 다음 행시 기수인 44회 박재만 지역복지과장이 차기 인사과장 하마평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복지부에서 행시 44회는 박 과장을 포함, 5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방역기획관실에서 근무하는 곽순헌 행정관을 포함하면 총 6명이다.

박 과장은 행시 동기 중 선두두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장관비서관에 발탁된 데 이어 2019년 2월 청와대로 파견돼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근무 시절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박 과장은 지난해 11월 복지부로 복귀해 근무하고 있다. 행시 동기 중 앞서 나가며 호남 출신에 장관비서관과 청와대 파견을 거쳤기 때문에 그가 인사과장에 적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박 과장이 서울대 사복과 출신이라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사복과는 복지부의 최대 학맥으로 꼽히고 있다. 행시 기수 당 1명 이상씩 배출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복지부에서 단일학교 단일학과 출신으로 숫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번을 기준으로 하면 고득영 인구정책실장(행시 37회)과 정호원 연금정책국장(행시 40회)이 84학번으로 가장 높다. 복지부 직급으로 따지면 양성일 제1차관(행시 35회)이 가장 고위직이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소식통은 “다른 대학과 달리 서울대 출신은 학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과 출신은 동질감이 적은 편”이라며 “사복과 출신과 친분이 두터운 우호 세력은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 뽑히며 서울대 출신 중에서도 질시의 대상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상하게 욕심이 없던 사람도 인사과장만 하고 나면 욕심이 많아지니 재미있는 보직”이라며 “복지부 직원들로부터 욕심 많기로 지목되는 차관급 A씨와 복지부 B실장 중 B실장도 인사과장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박 과장이 인사과장 인선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해 인사과장에 유력했던 C과장이 고사해 결국 발령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며 “박 과장이 만약 인사과장에 발탁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로 해석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만약 예상대로 박 과장이 인사과장에 발탁되면 서울대 사복과 출신으로는 양성일 차관에 이어 12년 9개월(10월 기준) 만에 임명되는 기록을 쓰게 된다. 박 과장은 삼수한 서울대 사복과 93학번이다. 재수한 서울대 사복과 87학번 양 차관의 6년 후배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인사과장이 누구의 어떤 영향력으로 결정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 박 과장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보험급여과장 등 다른 핵심 과장이 교체될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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