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철자 코로나19로 지연
1년 전 감정가로 매물 나와
“비싸게 줘도 남는 장사”

지난 26일 수원지법 101호 법정에서 진행되는 경매를 앞두고 입찰자들이 좌석에 앉아 있다. /사진=이호길 인턴기자
수원지방지법원에서 진행되는 경매를 앞두고 입찰자들이 앉아 있는 모습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을 구입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기존에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매매나 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렵다고 느낀 30∙40대 무주택자들까지 몰리는 분위기다.

10일 지지옥션이 발간한 ‘2021년 8월 경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전월(101%) 대비 5.7%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106.7%를 기록했다. 이는 지지옥션이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 급등은 무주택자의 경매 참여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게 지지옥션의 설명이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매물은 수도권 아파트다. 직접 거주할 목적인 무주택자들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서라도 낙찰받으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가 낙찰은 저평가 지역과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 GTX 등 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있는 인천·시흥·남양주 등의 단지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값이 부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추세다.

아파트 경매에 관심이 높아진 가장 큰 요인은 가격 메리트 때문이다. 경매 절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가량 지연된 상황이다. 1년 전 감정가로 경매에 올라오는 매물이 적지 않다. 최근 1년 새 아파트값 급등으로 감정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벌어지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선 감정가에 돈을 더 주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커졌다. 일반 매매와 비교해 규제도 느슨한 편이다. 강남 같은 경우 토지거래허가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 등에서도 자유롭다.

비규제지역 틈새를 노리는 투자도 늘었다. 경기를 제외한 8개 도에서 가장 크게 상승폭을 확 대한 곳은 전북(103.6%), 경남(99.0%), 충북(89.8%)으로 전월 대비 각각 5.9%, 7.2%, 8.2% 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응찰자가 몰렸다.

업계에선 당분간 경매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 나 도심 공공개발로 공급하겠다는 아파트의 분양과 입주는 수년 뒤에나 가능해 무주택자의 불 안 심리를 잠재우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주연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며 “일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당분간 전국적인 아파트값 상승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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