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년 2개월 만에 1190원 올라서···1200원 돌파 전망도
하나금융, 상반기 700억원 손실···계속 오르면 대규모 손실 가능성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선에 근접하는 등 크게 오르자 하나금융지주의 외화환산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상반기에도 7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터라 올해 남은 기간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0.4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1190원 선을 유지했다. 최근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 4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1190원 선을 넘었다. 지난 1일부터 4일 연속 연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은 하반기 들어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1130원 내외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 확산으로 위험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강(强)달러 현상이 심화된 결과 환율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미국 부채협상 난항,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달러 강세가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  

환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일각에서는 올해 말에 12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환율이 거의 1200원에 육박할 정도가 돼서 저희도 거시흐름을 유의 있게 관찰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익은 모기업이 해외법인(종속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기 위해 외화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로 인해 인식된 외화 부채가 환율 변동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때 인식하는 회계적 손실과 이익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갚을 돈(부채)이 커져 손실을 입고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을 본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각 국가의 해외법인을 얻었지만 동시에 대규모 외화 부채도 안게 됐다. 외환은행이 과거 해외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6월 말 기준 외화부채는 약 246조원(2065억달러)으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운데 월등히 많다. 이에 하나금융은 환율 변동에 따라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익을 인식하게 됐다. 

자료=서울외국환중개, 하나금융지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하나금융은 작년 코로나 사태로 외화환산손익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까스로 이익을 거두는데 성공한 바 있다. 코로나 펜데믹 충격이 있었던 지난해 1분기 약 1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후 외환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결과적으로 1219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을 인식했다. 

하지만 올해는 최종적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환율 상승으로 상반기에 약 700억원의 손실을 인식한 바 있다. 3분기도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4분기에 환율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1000억원대 이상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하나금융은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외화환산손실은 호실적의 ‘옥의 티’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해외사업을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동안 잠잠했던 KB금융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면서 해외 사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해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외화변동성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화 변동성에 구체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환은행 인수 후 수 년이 지났지만 환율 변동으로 인한 실적과 자본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하나금융의 ‘2020년 실적발표회’ 자리에서도 환율 변동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