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시공사 지위 확인소송’ 승소
“공사 중지 가처분 등 모든 권리 행사할 것”
시공사 교체 가능성 낮아, 손해배상액 증가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반포 주요 재건축 단지 ‘신반포15차’가 암초를 만났다. 대우건설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시공사 지위를 다시 인정받으면서다.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지 1년 10개월 만이다. 돌아온 대우건설은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시공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반포15차 사업 지연도 불가피해 졌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사 지위 확인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시공사 자격을 다시 얻게 된 셈이다. 지난 2월 1심 소송이 각화되면서 조합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듯했으나, 이번 판결로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앞서 대우건설은 2017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설계 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빚다 2019년 12월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즉각 시공사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조합은 지난해 4월 삼성물산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부당하게 계약 해지를 당했다는 대우건설의 입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우건설과 조합은 계약 해지 당시 공사비 등 재건축 관련 도급계약 체결을 마친 상태였다. 최근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가계약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은 정식으로 계약을 마친 셈이다.

법원은 시공사 계약 해지의 근거가 된 공사비 증액이 정당하다고 봤다. 양측이 2017년 도급계약에서 협의한 공사비 금액은 3.3㎡당 499만원이다. 갈등은 설계 변경 이후 공사 면적이 늘어나면서 촉발됐다. 대우건설은 면적이 늘어난 만큼 기존 계약 공사비 금액(499만원)을 반영해 총 5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3.3㎡당 449만원으로 200억원 증액을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이미 협의된 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에 난색을 표했다.

신반포15차 위치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신반포15차 위치도 / 그래픽=시사저널e DB

대우건설 관계자는 “계약서에 명기된 공사비를 바탕으로 면적이 늘어난 만큼 정당한 증액분을 제시한 것이다”며 “조합이 증액분을 문제 삼아, 제3자인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증액 사유가 정당하다는 의견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해진 공사비를 깎는 것은 계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며 “경기도에서도 공사비 450만원을 받는데, 강남권 신반포에서 최상위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하는 아파트 공사비가 449만원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시공사 지위를 되찾은 만큼 공사 중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2심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것으로 봤다. 신반포15차는 현재 터파기 등 초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 진행률은 14% 정도다. 조합원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사는 중단된다. 당초 내년 상반기 예정됐던 분양 일정도 대폭 미뤄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은 ‘특화 설계 저작권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계약 당시 제안했던 자사 특화 설계가 현재 설계안에 반영돼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두 건설사 모두 시공사 지위가 유효해졌기 때문이다. 공사 지연을 막으려면 한 건설사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공사 교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대신 대우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합은 대우건설과 계약 해지 당시 손해배상 명목으로 250억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대우건설은 공탁금을 아직 찾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손해배상액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조합 집행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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