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상장예비심사 청구
IPO 위해 수장 교체한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그룹 내 상장 유력 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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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호황에 힘입어 대형 건설사들이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기업공개(IPO)에 하나둘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저마다 상장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준비 박차···정의선 회장 지배체제 강화 위한 퍼즐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준비를 위한 마지막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공식적인 상장 준비를 알렸다. 추가 일정 지연 없이 심사에 통과할 경우 회사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플랜트∙인프라∙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2013년까지 화공·전력 플랜트 및 인프라에 특화된 기업이었으나, 2014년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주택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시공능력평가는 올해 기준 업계 6위다. 모회사인 현대건설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PO에 앞서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실적은 지난달 기준 1조7205억원으로 2년 연속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세운 역대 최고 수주액 1조4207억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실적과 재무건전성도 양호한 편이다.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조5795억원, 2103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0.7%, 5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78% 증가해 1671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상반기 57%로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현대차그룹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상반기 기준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1.72%로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상장 시 지분가치가 증가하게 되면 정 회장 입장에선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6조~7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보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 지분 가치도 1조원을 넘게 된다.

◇SK에코플랜트, IPO 위해 수장 교체···M&A 전문가 통해 환경사업 확대 기대

SK에코플랜트는 IPO를 위해 수장도 교체했다.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박경일 사업운영총괄을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 투자전략과 인수합병(M&A) 업무 전문가다. 과거 SK텔레콤의 아이리버 인수, SK엔카 한앤컴퍼니 매각 등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SK텔레콤 경영기획팀장∙전략기획실장, SK PM전략실장, SV 추진담당 등을 지냈다. 올해 1월 SK에코플랜트 사업운영총괄에 부임했다. 회사는 박 사장이 환경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한층 더 가속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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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그동안 폐기물 처리 업체 M&A를 진두지휘 해 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종합 환경 폐기물 업체 ‘환경시설관리’(전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하면서 폐기물 처리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블룸에너지와 협업했다. 올해 들어서는 6000억원을 투입해 폐기물 업체 7곳을 인수했다. 향후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동남아 환경 앵커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박 사장이 IPO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친환경 신규 사업 진출과 글로벌 사업 추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사업은 SK에코플랜트의 IPO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친환경이 최근 시장에서 인기가 있어 기업가치 산정 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건설 부문을 줄이고 폐기물처리업체, 환경시설관리 등을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 재원 확보 등을 목적으로 기존 플랜트 사업 부문을 떼어내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사업서 당장 버는 돈이 적다 보니 2023년까지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IPO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실적 부진 호텔롯데 대신 롯데건설 상장 추진

롯데건설의 IPO도 이목을 끈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 내 계열사 중 상장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장이 지지부진한 호텔롯데 대신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건설 등의 계열사들을 우선 입성시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상장에 나선 것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선 호텔롯데 상장이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이다. 롯데그룹은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본롯데와 연결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국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롯데지주와 합병해 롯데지주 구조로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 자료=한국신용평가
/ 자료=한국신용평가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이 부진한 실적에 발목이 잡히면서 계열사 상장에 먼저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비상장 기업을 우선 상장해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43.79%)고 2대 주주인 호텔롯데가 지분 43.07%를 들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롯데건설이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상장 적기라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245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7% 뛰었다. 같은 기간 수주금액도 5조9155억원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했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 방침을 채택한 데 이어 복합개발, 주택, 건축, 토목 사업장에서의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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