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공원 주차장, 용도지역 변경 추진’
120m 높이 아파트 조성 가능할 듯
삼표시멘트 부지 매입 자금 조달 차원
“부영호텔 사업 부지 건너편, 한강 조망 막혀”

/ 그래픽=시사저널e DB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영이 서울 성수동에서 자체 개발로 진행하고 있는 호텔∙주상복합 건립 사업이 악재를 만난 모습이다. 건너편 부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강 조망권 등을 활용해 일대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부영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영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5번지 일대 ‘뚝섬 특별계획구역4구역’(1만9002㎡)에 ‘부영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2024년까지 5성급 관광호텔 1개 동(1087실)과 최고 48층 규모 주상복합 2개 동(340가구), 중대형 공연장(800석 이상)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부영은 2009년 서울시 공매에 참여해 3700억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맞은편 부지가 주차장이어서 한강 조망권을 영구히 보장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입지로 판단해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착공 승인을 받아 초기 공사를 진행 중이다.

부지 매입 10여년 만에 첫 삽을 떴지만 부영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모양새다. 건너편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파트가 건립될 경우 한강 조망권과 일조권을 가려 주상복합 건물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숲 공원 주차장은 서울시 소유 1만9600㎡ 땅이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용도지역 변경을 추진 중이다. 용도지역 변경 시 해당 부지는 용적률 398.7%를 적용받아 40층(약 120m), 500여가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변경에 나선 것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공원화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2만7828㎡)를 수변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공원화를 위해선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 해당 부지는 현대제철이 보유 중이며 가치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를 용도지역 변경 후 민간에 매각해, 그 자금으로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자연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매각 대금은 급등하게 된다. 용도 변경된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 시세는 4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시의회 의견청취와 관련부서 협의, 도식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서울숲 공원 주차장 용도변경∙매각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삼표시멘트 공장 공원화는 2004년 서울숲 조성계획부터 마련됐다. 하지만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이 해당 부지에 100층 규모의 신사옥 건립계획을 세우면서 계획에서 제외됐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립 계획이 한강변 서울시측의 반대로 무산 되면서 공원화 사업은 다시 추진됐다. 서울시는 2017년 공원화를 위해 성동구, 현대제철, 삼표산업 등과 2022년 6월까지 삼표레미콘 공장의 이전 철거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4자 협약을 체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는 한강 조망은 물론 서울숲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용도지역 변경만 되면 사업성이 매우 높은 땅이다”며 “아파트를 지을 경우 인근 갤러리아포레나 아크로포레스트 같이 랜드마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각 시 민간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부영 입장에선 매입 당시 최고의 장점이던 한강 조망권이 사라지는 만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이는 향후 주상복합에 대한 분양이나 건물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