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태 전 2차관, ‘위드코로나’ 전환 등 명분으로 교체···소식통 “재임기간도 교체 기준의 하나”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청와대의 류근혁 비서관 챙기기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강도태 전 제2차관에 비해 관운이 따랐고 고위직 관료로 생명력이 길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부 제2차관에 류근혁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류근혁 제2차관은 지난 1일 복지부로 출근했다. 취임식은 생략했다. 류근혁 비서관의 복지부 차관 발탁은 그동안 복지부 주변에서 하마평으로 확산됐기 때문에 직원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소식통은 “30일 오전 복지부 차관 인사가 이날 내로 발표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청와대가 오후 공식 발표했다”며 “어찌 보면 류 차관은 특정인과 친분 외에도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정권 말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 정부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웠는데 복지부 주류인 행정고시(36회) 출신임에도 인하대 행정학과를 졸업, 명문대 출신과 거리가 있고 관운도 따라주지 않아 행시 동기 중 가장 늦게 국장으로 승진했던 그가 비주류라는 한계를 떨쳐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류 비서관의 복지부 차관 발탁은 예상됐지만 제1차관과 제2차관 중 어느 자리로 복귀할 것인가가 관심 사항이었다. 복수의 소식통은 “부내를 대상으로 정확한 여론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제2차관으로 복귀한다는 전망이 제1차관보다 다소 많았다”고 전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류근혁 제2차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단계적 일상 회복, 글로벌 백신 허브화 등 핵심 현안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브리핑에서 언급됐듯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특히 11월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류 비서관이 발탁됐다는 것이 대외적 입장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제1차관이냐 제2차관이냐 결정에는 두 차관 재임기간도 하나의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즉 지난해 9월 초순 임명된 강 전 차관이 같은 해 11월 초순 취임한 양 차관보다 상대적으로 재임기간이 다소 길었던 점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양 차관과 강 전 차관은 여러 측면에서 비교된다는 것이 소식통 분석이다. 두 차관은 행시 35회 동기지만 성격 등에서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양 차관이 꼼꼼하고 성격이 급한 반면 강 전 차관은 ‘꼼꼼’이라는 말로 두 차관 특징을 정리할 수 있다”며 “양 차관이 정치적이고 행사 참석을 좋아하는 반면 강 전 차관은 사무실에서 정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학자 스타일이어서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강 전 차관이 보건의료계 행사 참석을 좋아하지 않아 그를 보좌하는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타 자격으로 방문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실장도 양 차관처럼 정치적이라는 분석이다.

양 차관의 관운과 생명력도 주목 받고 있다. 알려진 대로 1967년생인 양 차관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재수 87학번) 출신이다. 복지부에서 보건산업정책팀장과 장관비서관, 인사과장, 국제협력관,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 대변인, 연금정책국장, 장애인정책국장, 건강정책국장,  보건산업정책국장, 인구정책실장, 사회복지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양 차관은 장애인정책국장으로 잠깐 밀려난 경우를 제외하면 복지부에서 계속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라며 “지난 2007년 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23개월간 인사과장을 맡았으며  기조실장을 한 달만 하고 차관으로 승진한 것을 관운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23개월 복지부 인사과장 경력은 이기일 실장과 동일하다.   

물론 양 차관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복수의 소식통은 “특히 사업부서에서 근무할 때 양 차관은 매우 성격이 급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드러워졌다”며 “대변인을 거친 경력으로 인해  언론대응이 빠르고 순발력이 뛰어나며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등 장점이 많은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반면 강 전 차관은 양 차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발 또는 두발씩 앞서나갔지만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보건의료 담당 제2차관으로 부임하며 공식 서열상 양 차관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에도 앞서 언급된 재임기간 등 복수의 원인으로 교체돼 관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평가다. 

복수의 소식통은 “관운도 실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청와대는 강 전 차관을 배려해야 한다”며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은 실질적으로 정무직이라는 한탄이 있는데 흔히 일컫는 관운이 맞아야 고위직 수행도 가능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