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체, 실태조사 연구 진행 중…11월 마무리 예상
게임업계, 게임 중독 연관 없어…낙인효과 우려

 

/ 사진=셔터스톡
다음달 7일 열리는 복지위 국감에서 게임중독 이슈가 논의에 오를 전망이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다음달 7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놓고 게임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복지위가 ‘게임중독’과 관련해 들여다 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중독과 연관 짓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게임중독 예방과 관련해 국정감사 일반증인 출석요구 명단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참여한 민관협의체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연구 중이어서 관련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 민관협의체, 질병코드 도입 관련 연구 마무리 단계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관련 연구팀은 민간위원과 정부위원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로 구성됐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채택함에 따라 국내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과 김동일 서울대 교수가 공동 의장을 맡았다. 

협의체가 수행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연구는 마무리 단계다. 연구용역별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검토하면서 보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연구인 ‘게임이용 장애 실태조사’ 기획연구는 11월까지로 예정됐다. 모든 연구가 마무리되면 민간협의체가 논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한[시사저널e=문성환 공인회계사] 다.  

실태조사 기획연구는 향후 실태조사를 위한 표본 선정부터 조사 방법, 진단도구를 설계하는 연구다. 설계가 마무리되면 내년 본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본조사는 게임이용 장애 국내 도입 여부와 관련 정책 설계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민관협의체는 연구 결과 및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게임 업계는 질병코드 도입을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더 심각한 규제로 본다. 공식적으로 ‘게임은 질병’이란 인식을 심어 게임 산업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게임이용장애를 도입하면 국내 게임산업 일자리 3만4000여 개가 감소하고 국내 연간 총생산액이 약 5조2000억원 줄어드는 등 일자리 문제와 산업 위축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 게임 업계, “중독 근거 없고, 산업 위축 우려”

게임업계는 게임과 중독간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단 점도 문제제기했다. 실제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게임중독을 해결하려는 목적의 ‘게임디톡스 사업’에 20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중독과 게임중독을 혼용하는가 하면 혈액검사로 게임중독을 판단할 수 있단 내용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단 지적을 받았다.

업계는 게임의 긍정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이후 도래한 비대면 시대에 게임은 소통의 장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정치 행사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트나이트의 가상 콘서트,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한 청와대 행사가 그 예다. 심지어 WHO도 거리두기 수단으로 게임을 권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게임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결과 게임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게임은 소통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코로나19 이전 평균값 3.29에서 코로나19 이후 3.37로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평균값 3.11에서 3.15로 소폭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으며, 또한 게임에 대한 다양한 활용방안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결론을 내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질병코드 논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만 2년 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중립성 문제로 연구 용역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면서 연구 마감 시한도 당초 지난해 말에서 올해로 밀렸다. 

여기에 의학계와 학부모 단체는 질병코드 도입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중독포럼은 14개 전문학술 단체, 91개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셧다운제 폐지에 대항해 게임중독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며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은 내년 발효되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하므로 늦어도 2025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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