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테슬라, 중고차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온라인서 신차·중고차 판매 확대
현대차, 중고차매매업자 및 노조 반발로 시장 진출 막혀
“중고차·온라인 흐름 속 소비자 니즈 먼저 고려해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수입자동차 브랜드들이 중고차 및 온라인 시장 영역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중고차 매매업자 및 노동 조합 반발로 진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5일 공식 온라인 판매 플랫폼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을 열고 인증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샵에는 벤츠가 엄선한 다양한 인증 중고차 매물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모델 ▲바디 ▲엔진 ▲가격 ▲주행 거리 ▲지역 ▲최초 등록일 등을 설정해 원하는 차량을 찾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 / 사진=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 / 사진=벤츠코리아

이상국 벤츠코리아 세일즈 총괄 부사장은 “인증 중고차를 시작으로 연내 신차까지 온라인 판매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도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인증 중고차 부문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중고차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테슬라는 신차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테슬라 신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덩달아 중고차 물량도 많아지자 인증 중고차 시장에도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한 캐스퍼가 온라인을 통해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하루만에 역대급 신기록을 세우면서 온라인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 1만8940대를 기록하며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 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 출시한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1만7294대)보다 1646대 높은 수치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사전계약 당일 오전 홈페이지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와 온라인 영역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동차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대수는 395만2820대로 신차(190만7238대) 보다 2배 이상 많다. 시장 규모도 연간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동차 온라인 판매 또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활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높은 가격대 때문에 온라인 시장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온라인 구매가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BMW, 폴크스바겐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GM이 전기차 ‘볼트 EUV’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는 100%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토요타, 폴크스바겐 등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반면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의 경우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 반발에, 온라인 시장은 노조 반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이후 중고차 매매업자 및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과 방안을 논의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현대차 등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양측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집 및 판매를 허용하는데는 합의를 이뤘으나, 전체 거래 물량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한 중고차 업계가 막판에 신차 판매권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이 상생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안건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넘길 방침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진출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MZ세대를 대상으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3.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9.1%에 그쳤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의 경우 그동안 허위·미끼매물, 사고이력 조작, 불투명한 가격 산정 등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또한 최근 수입차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차량을 검수하고 품질을 보장한 인증 중고차가 활성화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중고차의 주요 고객은 국민들인데, 정작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해 소비자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며 “각자의 이해관계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기존 노조 반대에 부딪혀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온라인 판매 확대에 따라 일자리 및 수당 감소를 우려해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앞서 기아가 전기차 EV6 사전 예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다 노조 반발로 결국 전국 대리점에서도 접수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캐스퍼가 온라인 판매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향후 현대차그룹도 온라인 판매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온라인 판매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며,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현대차만 노조 반대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경쟁력 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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