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온라인 사전계약 실시···1385만원부터 시작, 풀옵션시 2000만원 넘어
광주형일자리·온라인판매 등 비용 절감 요소에도 예상보다 높아···기존 경차 가격 수준에 책정한듯
현대차 “최저가보다는 고객 니즈 충족에 중점···선호도 높은 사양 기본 적용해 합리적 가격”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14일 온라인 사전계약을 시작한 가운데,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캐스퍼는 출시 전 ‘반값 연봉’을 내세운 광주형 일자리에서 나온 차량인데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인 점 등 때문에 기존 차량보다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선 시작 가격이 800만원대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여기에 캐스퍼 디자인이 공개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반응이 뜨거웠다. 그동안 경차 디자인이 다소 뻔하고 밋밋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왔으나, 캐스퍼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외관에 SUV 특유의 단단함까지 갖춰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가격대가 높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공개한 캐스퍼 가격은 기본 트림인 스마트는 1385만원부터 시작한다. 모던 트림 1590만원, 인스퍼레이션은 1870만원이다. 여기에 터보 엔진으로 바꿀 경우 90만~95만원이 추가된다. 풀옵션의 경우 2000만원을 넘는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 가격이 157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스퍼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는 최저 가격을 맞추는데 신경쓰기보다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나 스티어링 휠 열선기능, 1열 통풍·열선 등 선호도 높은 옵션을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캐스퍼 가격은 다른 경차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는 않다. 기아 모닝은 스탠다드 트림이 1205만원, 기아 레이는 1355만원부터 시작한다. 기본 옵션도 전방 충돌방지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보조 등 첨단 주행보조 기능이 기존 경차보다 풍부해졌다. 여기에 선루프와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인기 옵션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적용할 수 있다.
출력 또한 모닝과 레이는 76마력인데 비해 캐스퍼는 터보 기준 100마력을 자랑한다. 다만 연비는 복합 기준 14.3km/ℓ로 모닝(15.7km/ℓ)보다 떨어진다.
아울러 캐스퍼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시트를 적용했으며, 2열도 풀 폴딩이 가능하다. 1,2열 풀 폴딩 시 실내 길이 최대 2059㎜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차박 등 야외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현대차그룹 경차와 캐스퍼 가격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에 대한 불만이 큰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캐스퍼가 현대차가 아닌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제 1호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서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지역 청년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현 정부 주요 정책으로 꼽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캐스퍼를 개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직접 구매하는 등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한 캐스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 생산직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초봉 3500만원대의 임금 정책을 통해 인건비를 낮춰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캐스퍼는 전량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구조 단순화에 따라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는 현대차에서 생산·판매한 차량이라고 하면 합리적일 수 있겠으나, 광주형일자리에서 생산한 차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캐스퍼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기존 현대차그룹 소형 SUV의 판매 감소를 우려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 소형 SUV 베뉴는 1720만원부터, 기아 셀토스는 1980만원부터 시작한다. 현재도 가격 차이가 340만원 이상 나는데, 캐스퍼 가격이 더 낮아질 경우 가격 차이가 더 벌어져 베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기존 경차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캐스퍼 가격도 비슷한 수준에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경차 중 가장 저렴한 쉐보레 스파크도 기본 980만대에 시작하며 모닝과 레이는 1200만원을 넘는다. 이는 이른바 ‘깡통차’ 라고 불리는 옵션이 없는 차량이며 옵션이 추가되면 1300만~15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굳이 캐스퍼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는 셈이다. 1300만원대에 출시하더라도 기존 경차보다는 성능과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캐스퍼는 이달 29일 정식 출시되며, 올해 1만2000여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