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두 사람 처분 놓고 해석 분분

지난 2020년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세로연구소 사무실 외경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세로연구소 사무실 외경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와 이인영 통일부장관 아들 관련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의 체포 과정이 논란이 됐습니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체포했다는 사실이 폭력적으로 비춰져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체포 자체는 정당한 영장집행···방식은 소송 다툼여지 있어

일단 경찰이 체포에 나선 것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따른 것이기에 그것 자체는 법적 문제는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법원이 체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을 해 준 것이니까요.

형사소송법 200조2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문제는 대치 끝에 문을 부수고 들어간 행위에 대한 해석인데요. 일단 경찰에선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갔음에도 대상자들이 응하지 않아 강제개방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강용석 변호사와 김 전 기자로서는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신업 변호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그 방법 외 체포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면 해당 행위에 대한 재물손괴를 주장할 수 있다”며 “특히 집안에 자녀 등 가족이 있었다면 이들은 혐의와 무관함에도 주거의 평온이 해쳐졌음을 주장해 소송을 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 사례와 차이? 단순비교는 어려워 

이와 관련 지난해 서울역에서 길가던 여성 광대뼈를 가격한 30대 묻지마 폭행범 사례가 비교됩니다. 당시 경찰은 집에 있던 그를 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 때 판사는 ‘한 사람의 집은 성채’라면서 비록 범죄혐의자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지하지 않고는 주거 평온을 보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역시 논란이 많았죠.

그런데 당시와 이번 강용석 변호사 사례는 단순 비교는 어렵긴 합니다. 그때 경찰은 이번 경우와 달리 영장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긴급체포’에 나섰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당시 묻지마 폭행범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영장 없이 하는 긴급체포는 예외적인 것인 만큼, 더욱 요건의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습니다.

두 사례를 비교하려면 긴급체포와 영장에 의한 체포의 차이 등을 또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명예훼손 체포 관련해선 혐의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 집에 있었다는 차이점도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려운 듯 합니다.

◇ 체포영장은 발부됐는데 구속영장은 기각?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체포영장은 발부했지만 구속영장은 기각했습니다. 많이들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혼돈하시다 보니 어리둥절 하는 분들이 있으신 듯 한데요.

체포영장은 위에서 언급한 듯 범죄사실 의심이 있음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원활한 조사를 하기 위한 성격이 크고, 구속영장은 죄질이 안 좋고 증거인멸, 도망 우려가 클 때 잡아놓고 제대로 수사를 하기 위한 뉘앙스가 큽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는 구치소에 가게 됩니다. 강신업 변호사는 “48시간만 잡아둘 수 있는 체포영장과 달리 구속영장의 경우 수사기관 입장에선 해당 피의자의 범죄 사실 및 내용, 중대성을 더 소명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체포보다 구속 시키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어렵다는 겁니다.

◇ 정치인들 '당당한 소환 불응' 문화부터 사라져야

한편 이번 강용석 변호사와 김 전 기자 체포 논란의 배경은 근본적으로 보면 결국 정치적 문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명예훼손 사안이 여권 인사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일 때 한데요.

결국 이런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사정기관은 누가됐든 성역 없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고 대상자들도 존중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이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듯 합니다.

사실 일반 시민이나 서민들보다 정치권이 잘 명심해야 할 듯 합니다. 정치권 인사들이 지금처럼 사정기관 소환에 당당하게 불응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사정기관의 법 집행 끝엔 늘 뒷말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정치인들은 조사 받기 싫다고 안 가는데 왜 나만 시키는대로 해야 하느냐’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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