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오금현대 반발, 공공기획 재건축 1호 없던 일 될 수도
“임대비율 높고 주민 수렴 부족···공공재건축과 비슷”
대치 미도 등에 참여 요청 공문···대부분 ‘시큰둥’
공모 진행하려면 여당 다수 서울시의회 문턱 넘어야

/ 그래픽=시사저널e DB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활성화 핵심 정책인 ‘공공기획 재건축’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임대비율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여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문턱도 넘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비사업 활성화 핵심 정책인 ‘공공기획 재건축’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인허가 과정을 단축시켜주는 제도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임대비율이 많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건축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달 말 예정된 공공기획 재건축 공모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서울시 조례 개정이 필요한데, 여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에선 공공기획 재건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획이 반영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오금 현대는 최고 높이 37층, 총 2625가구의 대단지로 거듭난다. 이 중 20.6%에 해당하는 541가구가 임대가구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달 20~25일 주민공람이 이뤄졌다. 주민들은 높은 임대 비율 등을 들며 공공기획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발과 차이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 여론 수렴이 부족했던 점도 반발을 키운 요인이다. 서울시에 제출할 탄원서도 1000장 넘게 모은 상태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는 한발 물러섰다. 이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오금 현대에 대한 공공기획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이 안이 도계위를 통과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기획이 재건축 사업에 적용된 첫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공람 기간을 한 달 이상 연장해 주민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했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공공기획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획은 오 시장이 취임 직후 공개한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의 핵심이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민간 개발사업 절차를 단축해 사업 진행이 빠르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높이고 속도를 단축하는 대신 공공기여를 늘리는 방식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에 우호적이었던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공공기획 재건축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이달 1일 공공기획 재건축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재건축 추진 단지 6곳에 보냈다. 공문을 받는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송파구 신천동 ‘장미1·2·3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시범’ ▲구로구 구로동 ‘구로주공1·2차’ 등이다.

서울시의 요청을 받은 재건축 단지들은 아직 미온적인 반응이다. 공공기획이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이번에 공문을 받은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재개발과 비교해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기여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다”며 “공공기획에 큰 메리트가 없는 이상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권 단지들은 일반 재건축을 진행해도 사업성이 높은데 굳이 공공과 같이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의 협의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는 이달 말 공모를 거쳐 연내 사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심사가 보류될 경우 다음 회기에 다시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오 시장의 주택공급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시의회 심의를 받아야 추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예산 책정이나 제도적 절차가 있어 단시간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회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달 중 공공기획 민간 재개발 공모를 목표한 서울시의 계획은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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