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파업위기 땐 배재훈 사장 직접 노조설득···새해 30분 앞두고 타결
“금년협상 작년보다 더 어려워···한고비 넘기려는 자세만으론 결렬될 것”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배재훈 HMM 사장.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HMM 육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육상노조와의 연대를 예고한 해상노조는 이미 파업이 가결된 상태다. HMM 육·해상 양대노조 모두 파업이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즉각적인 쟁의에 나서진 않을 계획이다. 바로 내일(9월 1일) 회사와의 마지막 교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양상은 지난해 12월 31일과 닮았다. 당시 노조는 새해 첫 날 파업을 계획했다. 9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새해를 30분 앞둔 상황서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하며 파업 위기를 넘겼다. 당시보다 입장차가 큰 만큼 회사 측이 얼마나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지가 마지막 교섭의 관건이 될 것이란 평이 짙다. 배재훈 HMM 사장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육상노조는 전날 오전 8시부터 24시간동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오전 8시 종료된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791명 중 755명이 참여해 739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찬성률 97.88%다. 앞서 진행된 해상노조 찬성률(92.1%)보다 높은 수치다. 장시간 임금동결에 따른 HMM 내부의 불만이 얼마나 고조됐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배재훈 HMM 사장과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은 만남을 갖고 추가교섭을 합의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논의에서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지만 추가교섭이란 소기의 성과는 일궜다. 업계는 노조가 매우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의 요구를 회사가 어느 선까지 수용할 지가 HMM 창사 첫 파업의 관건이라 해석했다.

HMM 지상직은 2012년부터, 해상직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임금이 동결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후퇴한 셈이다. 경쟁사와의 임금격차도 확대됐다. 외국 경쟁사와는 2배 가까이, 국내 경쟁사와도 수천만원이 차이난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회사를 상대로 노조는 8%대 인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1%대 인상을 제시했다.

새해를 30분 앞둔 상황서 양측은 2.8% 인상에 합의했다. 회사보단 노조의 양보 폭이 컸다. 당시 전 위원장은 “물류대란 등 국민적 우려가 커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종 합의 당시 배 사장이 참석해 노조를 설득했다. 앞서 노조는 회사가 채권단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다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또는 정부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소위 ‘패싱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자세로 노조와 대면한 배 사장은 정부주도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차질에 대한 우려와 해당 계획의 이행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직원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노조가 수승했다. 예고된 추가교섭에서도 배 사장이 나설 것으로 알려지지만 작년보단 설득에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양측의 이견이 지난해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25% 임금인상을 요구 중이다. 노조에서 거부한 사측의 마지막 제시안은 8% 임금인상과 격려금 500%였다. 지난해 노조의 요구안은 임금인상률을 반영했지만 금년도 인상요구는 회사의 실익상승에 따른 성과분배와 경쟁사와의 임금격차 해소가 핵심이다. 또한 지난해 사측이 약속했던 업무환경 개선 등이 이행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더해졌다.

선원들의 경우 각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업무 특성 상 4개월 근무 후 2개월 휴식 체계를 이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장시간 임금동결을 버티지 못한 선원들이 퇴사하면서 “1년 넘게 배에 갇혀있다”는 토로가 나올 정도다. 육상직도 다르지 않다. 같은 이유로 퇴사자들이 증가했지만 물동량 증가로 근로자들이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이 2019년 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비(非)해운전문가’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면서 “취임 후 손실액을 줄이고 글로벌 해운동맹 정회원 가입을 이끌었으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과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회사의 흑자전환을 이끌며 꼬리표를 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파업위기도 직접 나서 순조롭게 매듭을 지었는데 금년도 임단협에서 재차 파업위기에 내몰리며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또 “장시간 인내해 온 노조에 일시적인 보상과 처우·업무환경 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만으론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단순히 한 고비만 넘기겠다는 자세론 협상타결은 쉽지 않아 보이며 파업이 매년 반복될 수도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개선약속과 이에 대한 회사의 약속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게 최선일 것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HMM은 1976년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실시된 바 없다. 협상이 파행돼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사상 첫 파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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