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 등 실질적 공급확대 될 수 있는 구체적 방향 제시해야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어떤 의사가 자신을 찾아온 환자에게 병의 원인을 오진해서 엉뚱한 약을 처방했다. 처방 뿐 아니고 멀쩡한 부위까지 도려냈다. 차도가 없자 의사는 그동안 처방한 약의 투여량을 늘리고 더 도려낼 곳은 없는지 골몰한다. 이 환자의 상태는 어떻게 될까. 금방 나을 병이었음에도 의사의 오진으로 평생 안고 갈 상처가 됐거나 심하면 사망까지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부동산 시장이 딱 이렇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대응이라며 취임 후 약 한 달 뒤 2017년 6·19 대책을 통해 LTV와 DTI를 10%p씩 소폭 강화하는데 나섰다. 서울은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8·2 대책을 통해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한다.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서울 모든 LTV 비율을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2018년 3월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책을 발표하며 시행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재건축 연한 기준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강남 재건축 단지의 규제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질 않자 2019년 12월에는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9억원 이상 주택에 한해선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쪽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6·17일에는 접경지역 등 일부를 제외한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꽁꽁 묶게 했다. 7·10 대책에서는 보유세율, 양도세율, 취득세율 강화 등을 발표했다. 가만히 두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주택도 세제 강화로 잠김현상을 유발했고 재건축 규제로 사업중단을 유발해 공급을 끊기게 했다. 세제, 대출, 공급 등 전방위적 규제만 강화하자 주택을 매수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울상이었다. 결국 아파트 청약시장에선 100대 1의 경쟁률을 흔히 볼 수 있게 됐고, 그마저도 청약가점이 낮은 2030세대는 신용대출에 부모찬스까지 써가며 빌라라도 사들이게 됐다. 이게 지난해까지 나타난 시장의 패닉바잉 현상이다.

올해는 아파트 변종이 대세다. 생활형 숙박시설이라 불리는 레지던스다. 정부가 규제한 대출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아서다. 지난주 롯데건설이 청약일정을 진행한 서울 마곡 르웨스트는 최고경쟁률 6049대 1, 평균경쟁률 657대 1을 기록했다. 당첨자 발표는 이틀 전인 지난 일요일이었는데, 당첨자 발표가 만 하루가 지난 현재 이미 5000만~8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서 수 건이 거래됐다는 말이 나온다. 아파트 대출을 규제하니 대출규제 상품이 아닌 변종 주택의 인기가 폭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칠까. 시장에서는 당장 ‘아파트도 아닌 생활형 숙박시설이 이정도인데, 아파트 값은 더 나가야지’라며 마곡 일대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다. 마곡이 오르면 강남은 더 오른다. 이처럼 잘못된 처방으로 아파트 아닌 여타 부동산 상품들인 빌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밖시설이 폭발력을 키우며 곳곳에서 터지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3차 신규 공공택지의 입지를 최종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만 4년 넘도록 집값 잡겠다며 내놓은 처방의 결과가 이정도니 콧웃음친다. 정부 믿고 7~8년 기다려 새집 갖게 될지 말지 마음 졸이는 것보다, 200만원 넣고(마곡 르웨스트 청약금) 하루만에 8000만원 버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니 정부의 공급확대 방안엔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2024년 지구계획을 거쳐 2026년에 입주자를 모집한다면 당장 공급체감을 현실화해 주변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거라고 말한다. 되레 지역우선순위 및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임대차시장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도시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실수요를 인정하고, 시장에 즉각적인 매물 증대 효과를 가져다주는 처방을 내려야 할 때다. 언제 입주하게 될지 모를 불확실한 공급확대안만 발표하는 것보다 당장 공급확대 기능을 할 수 있는 양도세 완화와 같은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는 게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