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밀키트·간편식 소비 급증
전문가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 필요한 시점”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밀키트 용기./ 사진=김지원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밀키트 용기./ 사진=김지원 기자
쓰레기 봉투 속 간편식 포장지./ 사진=김지원 기자
쓰레기 봉투 속 가정간편식 포장지./ 사진=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급격하게 줄면서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시장이 폭발적 성장하고 있다. 장보기 없이도 간단한 조리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식자재 포장에 대부분 일회용품이 사용돼 이와 관련한 환경오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밀키트 제조사 프레시지의 매출은 2019년 711억원에서 지난해 1271억원으로 1년 새 무려 179% 증가했다. CJ제일제당, hy, 동원F&B 등 식품업계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밀키트와 간편식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각종 이커머스와 배달 앱에도 입점돼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밀키트 판매 전문점도 속속 등장하며 접근성이 더 향상됐다.

밀키트와 간편식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일회용품 사용량도 증가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조금씩 포장돼 키트에 들어가는 밀키트 특성상 포장재에 플라스틱과 비닐이 많이 쓰여서다. HMR도 비닐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 수거를 한다”며 “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대 기준 2개 정도 나왔다면 이제는 3개를 꽉 채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레기 수거해가는 분들도 쓰레기를 놓을 곳이 없다며 난감해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B씨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아파트의 경비원 C씨도 “작년부터 밀키트나 간편식 쓰레기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밀키트·가정간편식 포장 관련 민원도 증가했다. 이 제품군의 포장에 대한 민원은 환경부에 제품 포장 관련 민원으로 집계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제품과대포장으로 들어온 민원은 400건이다”며 “지난해 동기에는 300건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 건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밀키트·HMR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회용품 문제를 지적하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지역 맘카페 회원은 “조리과정이 간단해서 좋았다”면서도 “포장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와 두 번은 주문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밀키트와 HMR이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 포장재 개발에 식품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의 ESG경영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유통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집밥을 많이 먹게 되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게 됐다”며 “특히 1~2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가구가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규모 가구는 재료를 모두 사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밀키트 등을 사는 편이 버리는 게 적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사가 포장재를 줄이는 등 친환경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포장 용기 문제는 유통 및 소비재 산업에 있어 큰 과제”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밀키트나 가정간편식에 쓰이는 포장 용기는 환경오염에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갱지 등 재활용되는 종이를 쓰거나 금방 썩는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밀기트·HMR시장의 친환경 포장재 혁신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 용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밀키트에 들어가는 재료는 섞이면 변질될 수 있다. 아직은 개별 원료마다 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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