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만에 삼성화재 종합검사 재개···정은보 신임 원장, ‘시장 소통’ 강조
행정소송 패소 충격에 ‘종합검사 폐지’ 가능성도···‘윤석헌 지우기’ 나서나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새 수장을 맞이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재개 움직임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검사가 장기간 중단됐던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아직 수검을 받지 않은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 시기와 실시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최근 행정소송 패소와 금감원장 교체 등을 계기로 종합검사의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종합검사를 폐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보험사 종합검사 재개···금융소비자 보호 집중 점검 전망

30일 삼성화재 등에 따르면 이날 금감원은 지난 6월 이후 약 2개월만에 삼성화재에 대한 종합검사를 재개했다. 애초 금감원은 삼성화재 종합검사를 지난 7월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현장검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아직까지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지만 금감원은 검사 지연에 따른 금융사들의 수검 부담 등을 고려해 검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 종합검사는 약 2주간 진행될 예정이며 금감원은 올해 초 검사업무 계획에서 밝혔던 ▲금융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 ▲코로나19 잠재 불안요인 ▲금융 디지털화 리스크 등의 부문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말 기준 삼성화재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은 각각 323.1%, 0.03%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수 차례 소속 보험설계사의 ‘특별이익 제공 행위’나 TM(텔레마케팅) 채널의 ‘중요사항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았던 이력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NH농협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도 내달 초 시행할 예정이다. 농협생명 역시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6월 종합검사에 착수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장기간 검사가 지연되고 있다. 농협생명의 경우 업계 상위권에 해당하는 민원율(계약 10만건당 10.26건) 등에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 금감원 사후적 제재 행태 강력 비판···제재 권한 위축 불가피

업계에서는 이번 종합검사부터 금감원의 검사 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종합검사 부활과 금융사 CEO 제재 등으로 금융사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달리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금융사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지난 6일 취임사를 통해서 금감원 내부 직원들에게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부탁드린다”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며 “사후적인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삼성화재 현장검사의 규모는 이전 종합검사들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함께 달라진 금감원 내부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종합검사의 폐지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올해 하반기 검사가 유력했던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에 대한 검사는 앞선 검사들의 지연 때문에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경우 그 사이 종합검사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 사건의 선고공판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금감원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내린 중징계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금감원의 사후적 제재 행태에 대해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제재 권한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역시 종합검사에 따른 금융사의 수검 부담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금융사 수검부담 확대 등 (종합검사에) 제기되는 우려사항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금감원,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윤 전 원장 체제 하에서 종합검사를 받았던 금융사들과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금융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어쨌든 과거의 부분 검사 방식이 조금 더 부담이 작을 것”이라며 “행정소송 패소로 새 판짜기가 불가피해진 금감원이 ‘윤석헌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무 과중에 따른 금감원 내부의 불만에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빈번한 제도 개선의 부담 때문에 곧장 폐지에 나서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임 금감원장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만큼 효율적으로 제도가 운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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