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시 봉쇄조치에 남부공장 부품 수급 어려워
북부공장 폴더블폰 생산, 상대적으로 ‘안정적’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김아무개씨는 2015년 구입한 삼성전자 청소기가 고장 나 사후지원(AS)을 받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수리에 두달이 소요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청소기 공장이 있는 베트남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부품 공급이 어렵다고 했다”며 “수리를 바로 받을 수 없어 빗자루질을 하며 집 청소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은 “가전제품 자재 수급이 지연되고 있는 건 맞다”며 “베트남 코로나 상황이 심해서 락다운 조치가 내려졌다. 수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자재 수급도 원활하게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기 라인은 베트남에만 있다. 전국적으로 자재가 없는 경우에는 구하기 어렵다”며 “발주 현황을 일주일에도 여러 번 체크하면서 자재 입고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서비스센터 직원은 “많은 고객들이 대여 서비스 등을 건의하고 있다. 본사에도 전달했는데 아직 진행되는 부분은 없다”며 “이곳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자재 받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했다.

베트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현지 남부 지역 가전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생산은 물론 사후지원도 부품 부족으로 난항이다.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 남부지역은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언제 확산세가 거세질지 몰라 안심하기 이르단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사진=연합뉴스

◇호찌민시, 사실상 완전 봉쇄···“자재 수급 지연되고 있어”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청소기, TV 등의 부품을 베트남에서 국내로 수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베트남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날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80명으로 집계돼 지난 19일 이후 닷새 연속 신규 확진 1만명대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 남부 도시 호찌민 상황이 심각하다. 베트남 누적 확진자 35만여명 중 절반에 달하는 17만여명이 호찌민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호찌민시는 전날부터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사실상 완전 봉쇄 조치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호찌민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조성, 글로벌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와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7000여명, 연간 가전제품 생산량은 2000만여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시설 내부에 임시 숙박시설을 마련해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호찌민 공장과 관련해 “코로나로 인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가급적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시의 남부 붕따우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령으로 차량과 시민들의 통행이 거의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시의 남부 붕따우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령으로 차량과 시민들의 통행이 거의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측 “고객 불만 최소화 노력”···스마트폰 공장은 정상 가동

삼성전자 가전의 부품 수급 난항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이달말까지 예정됐던 도시 봉쇄가 내달 중순까지 연장됐기 때문이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봉쇄에 공무원뿐만 아니라 군 병력까지 투입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여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며 “사태가 어느 정도 장기화될지 알 수가 없어서 고객 불만이 없도록 여러 가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 라인은 국내에 있고, 중국, 태국에도 있다. 기본적으로 호찌민 공장에서 부품 수급을 하는 건 맞지만 베트남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다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7일 출시 예정인 폴드3와 플립3 등 폴더블폰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가 길어지고 있는 호찌민과 달리 북부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박닌성·타이응우옌성 공장은 정상 가동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생산 차질은 없다. (폴더블폰 등) 출시 제품에 대해서는 준비가 다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베트남 북부에 설비가 있는 폴더블폰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도 “베트남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호찌민 등 남쪽이 더 심각한 것 같다. 생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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