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이견 좁히는 데 실패하면 25일 단체사직서 제출···“MSC 가겠다”
“국내외 선사들보다 처우 낮아···단순 임금인상 아닌 업계수준 정상임금 요구”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쟁의권을 확보한 HMM 해상노조의 파업투표가 92.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선원들로 구성된 해상노조는 관련법 상 파업에 제약이 많아 파업대신 경쟁사로의 이직을 예고한 바 있어 물류대란이 장기화 될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HMM 해상노조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금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투표에서 전체 434명 중 400명이 파업에 찬성표를 전진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율은 95.8%를 기록했으며 반대는 24명(무효 10명)에 불과했다. 과반의 조합원이 참석해 과반 이상의 찬성하면 가결되는 규정 상 해상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이 파업이 아닌 단체로 사직서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파업의 경우 추후 회사와의 합의가 성사되면 현업복귀가 가능하지만 퇴사 땐 이들의 빈자리를 신규 선원들로 채워야 하는 만큼 물류대란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노조는 파업투표에서 찬성으로 가닥을 잡고, 회사와의 협상이 끝내 무위로 그칠 경우 MSC로 이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스위스 국적선사 MSC의 임금수준은 HMM 대비 2.5배다.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선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수천만원의 연봉차이가 발생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MSC의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험이 많은 숙련선원을 확보하기 위해 HMM 선원을 대상으로 스카우트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원 신분으로 단체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는 부분도 단체 사직서 제출이란 초강수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선원법 상 운항 중인 선박이나 외국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에서는 쟁의활동이 불가능하다. 당초 해상노조는 승선계약 연장 거부 방식으로 파업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회사를 떠날 수 있음을 공표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선원들은 각국을 돌아다녀야하는 업무 특성 상 4개월 근무 후 2개월 휴식을 반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장시간의 임금동결을 버티지 못한 선원들이 퇴사함에 따라 인원부족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게 해상노조 측 설명이다. 한 해상노조 관계자는 “임금인상률 25%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장시간 동결돼 경쟁사에 한 참 못 미치는 연봉을 정상화 해달라는 게 이번 임단협 요구의 핵심이다”고 꼬집었다.

협상과정에서 HMM은 당초 임금 5% 인상안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8% 임금인상과 성과금 500%, 교통비 월 10만원 인상, 복지카드 포인트 연 50만원 인상 등을 최종 제시했다. 해상노조는 8년간 임금이 동결됐으며 육상노조도 6년 임금이 동결됐다. 육상노조도 현재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HMM 해상노조가 앞서 언급한 ‘단체사직서’ 제출일은 오는 25일이다. 이 때까지 합의가 이뤄지면 물류대란 위기는 큰 고비를 넘기게 된다. HMM은 협상을 통해 최대한 파업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상노조는 사표까지 품은 상황에서 양보는 없다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시에 파업을 준비 중인 육상노조도 해상노조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별개의 조직인 HMM 육상·해상노조는 파업투표까지는 별도로 진행하고 이후엔 연대투쟁할 방침임을 합의한 바 있다. 해상노조가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HMM은 신규 선원을 모집해야 하는데 채용부터 교육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숙련된 선원들의 이탈을 신규 선원들이 메우는 데도 한계가 있어 물류대란이 중장기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HMM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이는 1976년 창사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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