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우려, 코로나 재확산 영향
"기업 기초체력 대비 과도한 하락" 지적도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했다. 코스피는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고, 코스닥은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3060.51에 마감하며 지난 13일(3171.29)과 비교해 3.5%(110.78포인트) 내렸다. 이는 지난 1월 25∼29일 5.2%(164.42포인트) 하락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1040.78에서 967.90으로 7.0% 떨어졌다. 작년 9월 21∼25일(-9.1%)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증시 하락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덩달아 출렁였다. 중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하락세를 키운 원인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은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을 일으키고 있는 요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더 많았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8조2522억원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1~7월까지 7개월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24조2360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일 낸 리포트를 통해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로 이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의 바닥이자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 기록한 11.8배를 밑도는 수준이다”라며 “현 증시 조정이 펀더멘탈이 아닌, 심리 및 수급적 과민반응에 기초한 극한의 언더슈팅(단기급락) 성격이 짙다 보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대규모 자본유출 및 증시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라며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8월 이후 주가 급락 으로 자신감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되는 등 펀더멘털이 견조한 점은 국내 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시켜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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